홍명보 선임 부당개입 의혹
15년 전 심판 성접대 '파묘'
경찰 압수수색 등 수사 급물살
일각선 수사 시점·실효성 의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부당 선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수사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지도부의 위력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절차 위반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운 데다, 최근 불거진 '외국인 심판 성 접대' 의혹 역시 공소시효가 걸림돌로 꼽혀 혐의 입증에 난관이 예상된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약 11시간 20분 동안 충남 천안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엔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시됐다.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7월 고발장이 접수됐을 당시 지적된 협회 정관이나 대표팀 운영 규정 위반 여부 자체는 형사처벌의 직접적 근거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내부 규정 위반은 민사적·행정적 문제일 뿐, 죄형법정주의상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 역시 절차 위반에 대한 비난 가능성과 형사책임은 별개라고 지적한다. 정준영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단순한 절차 누락을 넘어 고의로 규정을 무시하거나 의사결정 결과를 뒤집는 등 사실을 감추고 속였다는 내용이 입증돼야 업무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고발인 중 홍 전 감독은 이 같은 혐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선임 절차의 대상이자 후보자 신분이었던 그가 협회 행정 절차를 방해할 만한 위계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홍 전 감독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선 그가 절차상 결함을 미리 알았을 뿐만 아니라,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관계자들과 사전 공모하는 등 부정한 선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홍 전 감독이 선임 과정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최근 추가로 불거진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실시한 감사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될 월드컵·올림픽 예선전과 평가전 등 7개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 접대를 했다. 해당 의혹에 업무상 배임이나 성매매처벌법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으나,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가량 지나 공소시효가 수사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15년이 넘는 사건은 보통 중대범죄인 경우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가 수사상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사 시점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관계자들의 개인 휴대전화보다는 당시 선임 절차를 담은 공식 문건과 회의 자료를 확보하고, 스포츠윤리센터 등 외부 기관 자료와 비교해 문서의 위조·변조나 왜곡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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