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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단소송 소급적용, 결국 누가 비용을 부담하나

안정민 한림대 교수

[기고] 집단소송 소급적용, 결국 누가 비용을 부담하나
안정민 한림대 교수

최근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집단소송제 확대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현재 집단소송은 주가조작이나 허위공시 등 일정한 증권 관련 사건에 한정돼 있지만, 국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같은 원인으로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손해배상 사건으로 확대하는 법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일반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대표자가 소송을 진행하고,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문제는 이처럼 법적 효과가 큰 제도를 과거에 이미 발생한 사건에까지 적용할 것인가다. 법은 사람들이 현재의 규칙을 믿고 행동하며 그에 따른 책임과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제로 증권관련집단소송법도 시행 이후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부터 적용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 중에는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서까지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안이 있다. 그렇다면 왜 장래의 사건부터 적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과거 사건에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나 소비자 피해에서 집단적 피해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소급적용 찬성 측에서는 집단소송이 새로운 손해배상책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청구권을 집단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절차의 변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절차의 변경이라고 해서 그 실질적 효과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개별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했던 것과 달리 집단소송에서는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 전체에 판결의 효력이 미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현실화되는 범위와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것과 사고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집단소송제를 과거 사건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소급적용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제한하는 만큼 장래 적용만으로는 부족한 피해 구제의 필요성이 있는지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장래의 사건부터 적용된다면 기업은 소송 위험에 대비해 보험과 충당금, 법률·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사건에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할 기회가 없었다. 그 비용의 일부는 가격이나 서비스 축소,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더욱 무겁게 작용한다.

더구나 최근 군 의료영상시스템, 외교부 관련 시스템, 민간 인증기관을 통한 정부 고위 인사 정보, 서울시 따릉이 등의 개인정보 유출에서 보듯 디지털 위험은 민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에서도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은 해킹과 정보유출이 책임 주체를 가리지 않고 디지털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 사후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실제 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재와 배상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을 위한 투자와 관리,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을 함께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집단소송제 확대와 소급적용은 구분해야 한다. 장래 적용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추가적인 피해구제 효과나 공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훼손과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만큼 큰지 설명돼야 한다. 그 필요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면 시행 이후 사건부터 적용하는 것이 법에 대한 신뢰를 지키면서 피해구제를 강화하는 합리적인 출발점이다.

안정민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