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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軍 기강 이대로는 평화도 통일도 허사

실탄 없는 빈총으로 전방 경계
미군 무인기를 오인 요격할 뻔
최근 군 기강 무너진 사례 속출
핵무장한 北, 드론전에도 열성
정부가 군 안보의식 흐려서야
북과 대화하되 국방 빈틈없길

[구본영 칼럼] 軍 기강 이대로는 평화도 통일도 허사
논설고문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예전 같지 않지만, 미군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1조달러가 넘는 국방예산으로 최첨단 무기와 군수 역량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쌓고 있는 실전 경험도 족탈불급의 경지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와의 모의훈련에서 완패했다. 5년째 러시아와 드론전을 치른 우크라이나군이 공중에서 헬기·드론, 지상에서 전파교란 지원을 받은 미군 부대를 손쉽게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충격적 훈련 결과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반면교사다. 평상시 군 내부 기강 확립과 훈련으로 실전 대비태세를 갖춰야 함을 일깨웠다는 점에서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외려 공세적이다.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메울 핵무장과 함께 드론전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한 병사들의 피를 담보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신형 미사일과 드론을 실전 테스트 중이다. 반면 우리의 미래전 대비는 말뿐인 느낌이다. 총 대신 삼단봉으로 위병소 근무를 서게 할 정도라면.

기강이 무너진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당 말기의 군대가 오합지졸이었다는 속설은 정작 중국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시진핑의 '중국몽'의 지향점을 보라. 중국사에서 한족이 세운 강력한 왕조였던 한과 당의 '강한·성당(强漢盛唐)' 시대를 재현하자는 의지다. 그래서 국공 내전 당시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당군', 즉 '당나라 군대'로 변형됐다는 설도 회자된다. 마오쩌둥의 홍군에 비해 병력과 장비가 월등했음에도 부패한 데다 군기도 빠져 타이완으로 쫓겨나면서 생긴 추론이다.

숱한 어원의 진실이 뭔지는 부차적 사안이다. 살얼음판 같은 작금의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우리 군이 진짜 '당나라 군대'화하고 있다면 심각한 노릇이다. 실제로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다. 최근 전방 지역에서 실탄을 뺀 채 경계근무를 서는 황당한 일이 불거지지 않았나. 미군 정찰기 오인 요격 위기, 해병 간부의 무단 총기반출 등 군 기강이 해이해진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6월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는 엉뚱한 호국보훈의 달 교육 프로그램 홍보 이미지를 제작해 물의를 빚었다. 6·25전쟁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소개하면서다.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났다는 건 옛소련의 외교문서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굳이 '미국의 침략에 맞서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중국의 선전을 부각시킨 건 우리 군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망발이었다.

전쟁기념사업회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논란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안규백 국방장관이 꺼진 불씨를 되살렸다. 공군사관학교 간담회에서 '정세가 변해도 놀라지 않는다'는 말인 처변불경(處變不驚)을 거론하면서다. 표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마오쩌둥이 했다며 "마오의 좌우명이 내 좌우명"이라고 한 게 문제였다. 마오는 6·25 때 중공군을 투입해 수많은 우리 민관군을 살상한 장본인이라 생도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미필' 대통령과 방위 출신 국방부 장관이 추진하는 국방정책을 그다지 미더워하지 않은 여론도 적잖다. 다만 미국도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등 군대 안 간 전현직 대통령이 여럿이다. 현 정부 들어 국민의 안보의식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북에 대한 '주적'이란 표현을 '위협'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제언이 그렇게 비친다. 진의가 뭐든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느라 안보 누수를 감수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정권은 달가워하지도 않는 언어유희로 우리 장병들의 복무 기강만 느슨해진다면 그야말로 하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별 반응이 없었다. 지난 3월 헌법에 '두 국가론'을 못 박은 만큼 한국과는 담을 쌓고 살겠다는 태세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요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남북 교류 시 세습체제에 대한 북 주민들의 의구심만 커진다고 보는 북한의 수세적 자세를 반영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고친 헌법에서 '영토 완정' 규정은 유지했다.
유사시 핵을 포함한 무력으로 북한 중심 통일을 이루겠다는 미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대화의 문을 계속 두드리되 안보 기반도 튼튼히 다지지 않으면 안 될 이유다. 정부는 '당나라 군대'로는 한반도 평화도, 남북 통일도 일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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