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위한 금융안전망 필요
영끌·빚투 끊는 근본 처방 병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은 한은의 '백투백'(Back-to-Back) 금리 인상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와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도 커지는 상황에서 물가·금융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은 국내총소득(GDI)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도는 데다 유가·환율 불안이 가계와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 고리를 끊고, 수도권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한은의 판단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에서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에 GDP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도 1900억달러를 넘어서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p 상향 조정했다. 높은 성장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에도 급등한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려면 금융 안정에 대한 명확한 경고가 필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의 금리격차 확대를 막아 원화가치 안정과 자본유출 방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운다. 포괄적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2·4분기 말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불안감에 젊은 층이 대출 시장으로 몰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 데다 증시 상승세에 신용대출까지 동원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까지 겹친 결과다.
이런 와중에 한은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중채무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5년) 금리는 최근 연 7%대 중반까지 올랐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단이 7%대 중반까지 올랐다가 잠시 낮아졌으나 최근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단이 연 8%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가계 전체의 연간 이자 부담이 조 단위로 늘어난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추산이다.
문제는 긴축의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영끌족 등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 인상에 맞춰 정밀한 서민금융 안전망을 가동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 안정화를 통해 영끌과 빚투의 악순환을 끊는 근본처방도 필요하다. 정부와 한은, 금융당국은 내수회복과 물가 안정을 함께 달성할 정교한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 기업과 가계 역시 금리 상승 국면임을 직시하고 부채 구조조정과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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