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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책 유통기한

[기자수첩] 정책 유통기한
권준호 건설부동산부
메일이 하나 왔다. 발신자는 본인을 임대사업자라고 소개했다.

얼마 전 기자의 기사를 보고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정부 세제개편안으로 임대 시장에 혼란이 닥쳤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메일이 왔다. 이번에는 하소연이다. 발신자는 역시 임대사업자다. 8년 의무를 이행했음에도 죄인 취급받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전월세 보호 등을 목적으로 매입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를 시행했다. 8년 이상 의무임대 기간 동안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준수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 여러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지적에 2020년 폐지됐지만 현재 남아 있는 아파트 등록임대는 서울에서만 4만2000여가구로 추산된다. 혜택 때문이든, 전월세 붕괴를 막기 위한 정의감 때문이든 의무를 지킨 사람들이다.

하지만 9년 만인 올해 8월 세제개편안에는 등록 말소 조정대상지역 등록임대 아파트에 적용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 50%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말소되는 사업자는 내년 말까지, 내년부터 말소되는 사업자는 의무임대 종료 후 1년 이내까지 주택을 팔아야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말소된 임대사업자가 2027년을 넘겨 양도하면 중과세율 절반이 적용되고, 장특공제는 30%로 줄어든다. 개편안 발표 이후 등록임대인들의 불만이 쏟아진 이유다.

사실상 정책 일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방향이다. 지나간 8년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화가 난다는 등록임대인들 입장도 십분 이해된다.

정부는 이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보는 듯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집값 안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정부 셈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임대인들은 기록적인 '전월세난'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를 공급해 준 공급자다. 실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대부분은 같은 평형이라고 해도 갱신 계약 아파트의 전세가가 신규 대비 월등하게 저렴하다.

최근 민주당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에서 등록임대사업자의 장특공제 혜택 축소 유예 검토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최소 8년 이상 의무를 지킨 임대사업자들에게는 기존 약속대로 혜택들을 제공해야 한다. 정책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 시장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원한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