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쌓을 기회 더 넓히고
기업채용 유인책 강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예산 언박싱 2027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내년 청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3000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 34세가 될 때까지 정부 각종 지원을 모두 합하면 1인당 최대 1억9582만원에 달한다. 출산·아동수당부터 자립펀드, 대학 등록금, 취업·주거, 자산 형성, 결혼까지 사실상 생애 전 과정을 국가가 지원하는 패키지다. 취업 문은 좁아지고 집값과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청년 세대가 과거보다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지원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정책의 효용성은 더욱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아이맞이지원금, 아동기본수당, 청년문화패스, 혼인지원금 등 각종 현금성 지원과 세제·금융 혜택이 대거 포함됐다. 우리아이자립펀드는 부모와 정부의 적립금에 장기간의 투자수익까지 더해 성년이 됐을 때 최대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출발선의 자산격차를 줄이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현금 지원이 늘어난다고 청년의 자립능력까지 비례해 커질 것이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막대한 재정이 청년 스스로 소득을 만들고 삶을 설계하는 힘으로 이어지려면 일자리와 교육, 노동시장 등 제반 여건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의 무기력은 장기간 이어진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경력직 선호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첫 일자리 진입 문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대학생에게 기업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첫 경력 프로젝트'를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참여를 끌어낼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방 청년 대책도 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는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지원하고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당장의 취업과 지방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원이 끝난 뒤에도 청년이 그 지역과 기업에 남아 일할 수 있어야 성공한 정책이다. 지역의 산업·창업·투자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처방이다.
자산형성 지원의 경우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정부 지출은 결국 지금의 청년과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런 만큼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것은 없는지, 정부 지원이 실제 자립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정책에 다시 반영해야 한다.
청년의 행복과 자립을 정부가 돈으로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청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몇 년간 받을 수 있는 수당보다 능력을 키울 교육과 일자리다. 청년 스스로 일하고 성장하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토대를 만드는 데 정부가 더 집중해야 한다.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를 손보는 구조개혁은 그래서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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