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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팔고 이차전지로?…일주일 새 29% 뛴 이유

반도체 팔고 이차전지로?…일주일 새 29% 뛴 이유
지난 3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의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 전시되어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대형주가 조정을 받는 사이 이차전지주가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낙폭과대에 따른 순환매 성격도 있지만 미국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국가 전력망과 안보의 핵심 장비로 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정책 기대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21~28일)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7%, 4.5%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7.7%, 삼성SDI는 19.5%, 포스코퓨처엠은 20.3%, 에코프로비엠은 11.9%, 엘앤에프는 29.0% 상승했다.

최근 반도체는 금리 인상 우려와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이 겹치며 차익실현 압력이 커졌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에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면서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됐다. 여기에 알파벳이 대규모 AI 설비투자(CAPEX)로 2·4분기 사상 처음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록하는 등 AI 투자비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반등에는 낙폭과대에 따른 순환매가 포함돼 있지만 단순히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돈이 이차전지로 이동한 것만은 아니다"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에 미국의 ESS 정책 방향까지 동시에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전력망 정책 변화가 이차전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 26일 대형 전력망(Bulk-Power System)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등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외국산 전력장비 의존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규제 대상에는 변압기와 발전기뿐 아니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와 계통연계 인버터, 무정전전원장치(UPS), 관련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국가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국산 전력장비는 신규 구매와 수입, 설치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SS 시장의 경쟁 기준이 기존 가격 중심에서 현지 생산능력과 공급망, 사이버보안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가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가진 ESS 시장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며 "한국 업체가 중국업체보다 더 싸게 만들어야만 경쟁할 수 있었던 시장에서, 앞으로는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미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장 규모는 75.9GWh로 지난해 상반기 41.5GWh보다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업체 2곳의 점유율은 13.9%에서 19.7%로 확대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4.2%에서 13.6%로 높아졌다.

다만 최근 주가 반등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기대가 실제 수주와 가동률 상승,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하반기 이익이 분기별로 개선되고 ESS 수주까지 확대될 경우 이번 이차전지 반등이 단순 순환매를 넘어 실적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