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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살았는데 나가라고요?"…집값 오르자 시작된 '공공주택 출구전쟁'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③]

시프트 내년 310가구 첫 만기…5년 내 약 9000가구 계약 종료 송파파인타운 "재계약·분양전환" 요구…서울시 "20년 계약 원칙" 토지임대부 강남브리즈힐은 "LH 땅 팔라"…토지가치 두고 갈등" 전문가 "공공임대 효과 분명…소득·자산 근거로 출구대책 필요"

"20년 살았는데 나가라고요?"…집값 오르자 시작된 '공공주택 출구전쟁'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③]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등 계약 만료를 앞둔 장기전세주택 단지에서 입주민들이 서울시에 만기 이후 거주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2027년 계약이 끝나는 입주민들이 나오는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사진=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에서 3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서울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10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 오는 평일 오전, 단지는 조용했지만 단지 내 장기전세주택1(시프트)에 입주한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었다.

장기전세 입주민들로 구성된 임차인 단체는 지난 7월 11일 약 200명이 참석한 설명회를 열고 재계약과 단계적인 분양전환을 요구했다. 무주택 실수요자 재계약 보장, 20년 장기 거주자의 우선 분양전환 기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입주민 참여 등이 요구사항이다.

이처럼 시장가보다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기회를 제공하려고 마련한 공공주택은 크게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구분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잡음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 임차인은 "20년을 살았는데 왜 나가야 하느냐"며 묻고 토지임대부 주택 소유자는 "내가 사는 아파트 땅을 왜 공공이 가져가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7년 계약자 절반 이상, 20년 가까이 거주

시프트는 서울시가 주변 전세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만든 공공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중산층이 주변 시세 80% 수준에서 최장 2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도다. 2007년 첫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서면서 2027년 첫 만기 대상자가 나온다.

서울시 주택공급계획팀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2007년 모집공고 후 첫 해 계약한 가구는 567가구다. 일부 가구는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내년 20년 만기를 맞는 가구는 310가구"라고 말했다. 최초 계약자의 약 54.7%가 20년 가까이 계속 거주한 셈이다.

그 중 송파파인타운 10단지와 12단지에선 각각 38가구와 51가구가 내년 만기를 맞는다. 단지 내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가 있지만, 계약 시기가 달라 2028년 이후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진다. 서울시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이후 만기 가구가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며 향후 4~5년간 약 9000가구가 20년 만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 사다리' 효과 컸지만…내려올 때가 문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시프트처럼 공공임대는 운영주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임대는 저렴한 임대료와 함께 장기거주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전국 공공임대 거주자 1만156가구를 조사한 결과 핵심 공공임대 5종의 10년 이상 거주 비율은 23.6%로 민간 전월세의 8.2%보다 약 3배 높았다. 공공임대 임대료는 유사 민간임대보다 30~70% 저렴했고 유형별 임대료 절감 효과는 월 11만~38만원으로 추산됐다.

입주 이후 도움이 됐다는 응답도 임대료 부담 완화가 80.6%, 장기거주에 따른 거주 안정성이 80.2%였다. 특히 LH 조사에서 전체 공공임대 가구의 약 70%는 이사 계획이 없었다.

"20년 살았는데 나가라고요?"…집값 오르자 시작된 '공공주택 출구전쟁' [누구를 위한 어떤 '공공' ③]
/자료=LH 토지주택연구원 '공공임대주택 거주 실태조사(2021)·서울시, 사진=김희선 기자, 그래픽=챗GPT

공공임대에 대한 높은 만족감은 운영 당국과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송파파인타운에 시프트로 입주한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광훈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권익증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임차인의 계속 거주를 허용하고 새로운 공공임대는 별도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입장은 강경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사업 유형 자체가 최장 거주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해 공급하는 제도"라며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최장 20년이고 그렇게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전세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면서 이후 다른 주택으로 갈아탈 시간을 제공했다. 공공이라는 이유로 계약이 끝난 뒤 계속 거주할 권리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만기로 회수된 물량의 사용 계획도 세웠다. 일부는 미리내집으로 전환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400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리내집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를 저출생 대응에 맞춰 재설계해 2024년 선보인 '장기전세주택Ⅱ'다.

서울시 관계자는 "만기 물량 모두를 미리내집으로 공급하는 건 아니다. 그해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확보되는 신규 장기전세 물량 등을 감안해 기존 장기전세로 공급할지,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기존 입주민이 퇴거하지 않을 경우 다음 입주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등은 공공분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의 일부 입주자들 얘기다. 이들은 토지임대부 형태로 해당 주택을 분양받았다. 토지임대부란 입주자가 건물은 소유하지만, 토지는 LH가 갖는 분양주택을 말한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다보니 초기 구입비용이 저렴하다.

최근 토지임대부로 분양받은 주민들은 LH가 소유한 토지를 자신들에게 팔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남브리즈힐 전용 84.98㎡가 올해 5월 13억8500만원에 거래된 뒤 이 같은 목소리는 커졌다. 인근 강남자곡아이파크의 비슷한 면적이 23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주민들은 토지가치 상승분을 자신이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이 같은 요구를 했다.

반면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고덕강일3단지는 지난 2023년 500가구 사전예약에 약 2만명이 몰렸다. 당시 전용 59㎡ 추정 분양가격은 약 3억5500만원, 토지임대료는 월 40만원 수준이었다.

늘어난 공공주택…갈등도 늘어날까

갈등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공주택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장기공공임대 재고는 2007년 12만7863호에서 2024년 30만846호로 2.35배 늘었다. 서울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0%에서 7.7%로 상승했다.

전국 장기공공임대 역시 2024년 143만3000호로 전체 주택의 6.2%를 차지한다.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공공주택 정책이 '누구에게 얼마나 싸게 집을 제공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혜택을 언제 끝내고 주거권과 자산가치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은영 도시연구소장은 "20년을 거주한 사람 중에도 여전히 공공임대가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거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소득과 자산에 따라 구분해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