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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네팔 청년들 "이재민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정부가 제 역할해야" "미중 등 강대국, 온난화 책임"…'기후 불평등' 문제 목소리 내야

[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네팔 청년들 "이재민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정부가 제 역할해야"
"미중 등 강대국, 온난화 책임"…'기후 불평등' 문제 목소리 내야

[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작년 네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바라스 카르가 (출처=연합뉴스)


(카트만두=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해 9월 네팔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가짜 뉴스가 확산한다며 정부가 등록되지 않은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했고, 젊은 층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의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폭력 사태로 번졌다. 성난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총리 자택 등지에 불을 질렀고, 당시 비스누 프러서드 퍼우델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수도 카트만두 거리에서 속옷만 입은 채 시위대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물대포와 고무탄을 동원한 네팔 경찰의 강경 대응 등으로 77명이 숨지고 2천여명이 다쳤다. 총리실과 국회의사당 등이 불에 타 재산 피해액도 5억8천600만달러(약 8천91억원)로 추산됐다.

당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밑바닥에는 참을 수 없는 부패와 견디기 힘든 빈곤이 깔려 있었다.

부패감시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네팔은 올해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전체 182개국 가운데 109위를 기록했다. 네팔 인구 3천만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이며 국제노동기구(ILO)가 청년으로 정한 15∼24세 실업률도 20%를 넘는다.

고위층 자녀들은 사치스러운 생활과 많은 특권을 누리는 반면 대다수 청년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에 당시 Z세대가 분노했다.

[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지난해 시위대 방화로 불타는 네팔 대통령 관저 (출처=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카트만두에 있는 트리부반 대학교(TU)에서 만난 바라스 카르가(21)도 "지난해 시위 현장에 있었다"며 "당시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돈을 빼돌리는 부패한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시위로 올해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재난이 발생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36·일명 발렌) 총리는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올해 3월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됐다. 그러나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이번 대홍수로 그의 정치력과 대응력이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랐다.

카르가는 "발렌 총리가 카트만두 시장을 역임할 때도 말만 많은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말없이 일을 제대로 했다"며 "집을 잃은 많은 이재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가서 일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 중인 뎁싱 보라(32)도 이번 대홍수 참사를 보면서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가족 중에는 희생자가 없다"면서도 "2015년 강진 때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숨진 모습을 소셜미디어(SNS) 영상으로 다시 접하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만 "해외에서도 많은 구호의 손길이 오고 있고 네팔 국민들도 이재민을 돕기 위해 라면과 옷가지를 대피소로 보내고 있다"며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2015년 강진 때도 이겨냈듯이 다시 네팔 국민은 힘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 상류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국경이 맞닿은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전날까지 1천375명이 숨지고 5천531명이 실종됐다.

이번 대홍수로 네팔 전체 국민의 5% 안팎인 160만명가량이 피해를 봤고, 완전히 유실된 가옥 7천500여채를 포함해 더는 살 수 없게 된 집도 2만채에 이른다.

[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기후 불평등' 문제 지적하는 네팔 대학생 (출처=연합뉴스)


이번 대홍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히말라야산맥의 기후변화 탓에 엄청난 규모의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네팔 Z세대 사이에서는 '기후 불평등'과 '강대국 책임론'이 거론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트리부반 대학교 3학년생 안잘리 보하라(23)는 "미국, 중국, 인도와 같은 큰 나라들이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데도 작은 나라 네팔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며 "강대국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제기구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에 따르면 2024년 네팔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0.05%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세계 배출량의 30% 이상을, 미국도 10% 이상을 차지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도 최근 현지 TV와 인터뷰에서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실상 미미한데도 우리가 초래하지 않은 지구적 위기의 궁극적인 대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하라는 "대학에 다니면서 봉사단체에서도 일을 했다"며 "이번 대홍수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봉사단체도 역할을 하겠지만, 정부 역할이 훨씬 더 크다"고 짚었다.

이어 "국제사회를 향해 네팔 정부가 기후 불평등 문제에 관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그런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 대홍수 르포] 시위로 정권 바꾼 Z세대…절망 속 희망을 품다
지난해 9월 네팔 카트만두서 벌어진 Z세대 반정부 시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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