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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이름을 알았다"...이상순, 서정희가 앓은 이 질환은 [헬스톡]

"50년 만에 이름을 알았다"...이상순, 서정희가 앓은 이 질환은 [헬스톡]
서정희.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방송인 서정희가 이효리 남편 이상순과 같은 '미주신경기능저하'를 앓고 있다고 밝히면서, 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정희는 7일 자신의 SNS에 "이름을 알기까지 50년"이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하며 자신이 겪은 미주신경기능저하 경험담을 공개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은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식은땀이 나면서 눈앞이 흐려지고 귀가 먹먹해지거나 온몸의 힘이 빠지고, 심하면 그대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특정 상황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박수가 느려지고, 그 결과 일시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의식을 잃게 된다. 대부분 그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거나 골절이 발생하는 등 이차적인 손상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특징 중 하나는 의식을 잃기 전 나타나는 '전구증상(prodromal symptoms)'이다. 대표적으로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은땀, 창백함, 열감이나 갑자기 더워지는 느낌, 시야가 흐려지거나 좁아지는 느낌,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 두근거림, 하품, 전신 무력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지럼증이 두드러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소화가 안 되는 듯한 불쾌감이나 메스꺼움부터 시작할 수 있다. 막연하게 몸이 좋지 않거나 갑자기 힘이 빠지는 정도로만 느끼는 비전형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전구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나타나는 특유의 '실신 전 신호'를 점차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와 피로, 탈수가 겹치면 더 쉽게 실신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오랫동안 서 있는 경우, 더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 심한 통증이나 공포를 느낄 때, 채혈이나 주사를 맞을 때 등 특정한 상황에서 잘 유발된다. 또한 심한 피로나 수면 부족,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수분 섭취가 부족해 탈수와 혈액량 감소가 동반되면 실신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미주신경이 약해져 실신한다'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여러 유발요인과 개인의 자율신경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서 가장 중요한 대처 중 하나는 자신의 전구증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라며 서 있는 상태로 버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신하면서 바닥이나 주변 구조물에 부딪혀 머리나 얼굴을 다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전구증상이 시작된다면 우선 안전한 곳에 앉거나, 가능하면 바로 눕는 것이 좋다. 누울 수 있다면 다리를 올리는 것도 뇌로 돌아가는 혈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완전히 눕기 어려운 상황이고 아직 의식이 명료하다면 다리를 꼬고 양쪽 다리에 힘을 주거나, 양손을 맞잡아 서로 당기는 등의 '신체 역압 동작(physical counter-pressure maneuvers)'도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지나친 스트레스, 탈수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나 더운 환경 등 자신에게 실신을 잘 일으키는 조건을 알고 있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실신을 '미주신경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정맥이나 구조적 심장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심장성 실신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중요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운동 중 발생한 실신, 가슴 통증이나 심한 두근거림과 함께 발생한 실신, 특별한 전구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의 실신,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이전과 양상이 달라진 실신은 전문적인 의료진의 정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신승용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흔하고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이라면서도 "이를 단순히 '미주신경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탈수와 외부적인 스트레스 등이 자율신경 반사와 맞물려 혈압과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낮아지거나 느려지면서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업무상 피할 수 없는 과로, 스트레스, 탈수 등이 반복되고 증상 재발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자신의 전구증상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일찍 알아차리고 즉시 앉거나 눕는 것만으로도 실제 실신을 피하거나, 실신에 따른 낙상과 외상 같은 이차적인 손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