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업무가 확대될 예정이지만 수사를 지원하는 '사건 수사비'는 올해 582억 원에서 고작 3억 원 늘리는 것으로 정부 계획이 잡혔다. 물가 상승률과 경찰의 수사 인력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수사비는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경찰청 예산안을 올해보다 5.1%(7210억 원) 늘린 14조 9832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총인건비는 4.8% 증액된 11조 6591억 원, 주요 사업비는 6.4% 증가한 2조 8765억 원으로 잡혔다.
검찰 수사권 박탈로 인해 경찰에 수사 기능이 집중되는 만큼 가장 시급한 것은 수사 인력의 확대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 등에 따르면 현행 체제에서도 일선 수사관 한 명당 70~100여 건의 사건이 배당되는 등 이미 과부하 상태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유의미한 수준의 신규 채용이나 경력 수사관 채용을 하는 것은 예산 문제로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기동대 등 타 기능 인력을 수사계로 재배치하는 것이 추진되는 배경이다.
경찰 관계자는 "총인건비 순증도 경찰관만의 처우 개선이 아닌, 공무원 전체 봉급 인상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해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3.9% 인상하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극적인 채용 확대가 어렵다면 차선은 한정된 수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수사관 업무추진비라 할 수 있는 사건 수사비는 인지부서의 기밀 수사 등에 활용하는 특수활동비(특활비, 통상 30억 원 안팎), 일반 수사에 쓰이는 특수업무경비(특경비)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식비·숙박비·교통비·정보원비·위장거래금·전문가 자문료·수사재료비, 증거 수집비 등에 쓰인다.
하지만 사건 수사비는 올해 582억 원에서 3억 원 증액이 편성된 탓에 증가율이 0.5%에 그친다. 상위 항목인 주요 사업비 전체 증가율(6.4%)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는 수치다.
사건 수사비가 충분치 못하면 심할 경우 수사관이 사비를 들여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서울 관서 한 수사과장은 "많게는 수사과 인력이 100명이 넘는 경찰서도 있지만 공용 차량도 2대에 불과한 걸 돌려쓴다고 한다. 물품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수사비도 일종의 공무원 업무 추진비다 보니 예산 당국에서 증액을 통제하는 부분이 있었고, 특정 사건에 따라 감액되던 해도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형소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기능이 강조되는 만큼, 현재 정부안보단 증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청이 내년 사건 수사비를 증액할 기회는 사업별 예산 증·감액을 결정하는 국회 예결위 심사를 통해 추가 예산을 받는 것이다. 이는 통상 국정감사가 끝난 뒤인 11월 진행된다.
한편 최근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지검에 계류 중인 미제사건은 16만 5020건으로 집계됐다. 매달 1만~2만 건씩 불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형소법 시행 직전인 이달 말에는 20만 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직협 관계자는 "이미 과부하 상태인 경찰 수사관들이 이 사건들까지 이첩받아 수사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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