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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부금 논쟁, 주인공을 두고 떠나다

[기고] 교부금 논쟁, 주인공을 두고 떠나다
김현철 서울교육자치시민회의 대표
영화 '나 홀로 집에'는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나는 대가족이 정작 막내 케빈을 집에 두고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요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쟁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정부와 교육계 모두 미래세대를 말하지만, 정작 교육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55년간 유지된 교부금 산식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 대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재정만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문제 제기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영유아교육에도 재원을 더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일리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돈을 어떻게 나눌지는 말하면서 그 돈으로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는 말하지 않는다. 교부금 산식은 내놓았지만 교육대전환의 산식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하다. 현 정부와 교육부가 교육을 국가의 핵심 의제로 다루는지부터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AI는 지식 생산과 인간의 일을 빠르게 바꾸고, 학령인구 감소는 학교의 존재방식 자체를 흔든다.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는 심해지고 교실에서는 기초학력, 정서위기와 교권 문제가 함께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교육과정·수업·평가·입시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은 없다. 교육을 그대로 둔 채 재정 배분방식만 바꾸는 것이 개혁인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또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와 학급, 교원과 시설 유지비는 같은 비율로 줄지 않는다. 특수·다문화교육, 기초학력, 돌봄과 마음건강에 필요한 재정은 오히려 늘고 있다. 안정적인 교육재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20.79%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만으로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그 돈을 지키면 학교가 무엇이 달라지는지 답해야 한다. 교사의 행정업무는 얼마나 줄어드는가. 위기학생은 얼마나 빨리 도움받는가. 입시 중심 수업과 평가는 언제 바뀌는가. 교육청의 중복사업은 얼마나 정리할 것인가.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정부안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 재정으로 3년 안에 무엇을 바꿀지 시민과 약속해야 한다. 교육청 사업을 줄여 학교의 자율성을 넓히고, 교사를 행정에서 해방하며, AI 기기 보급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를 바꾸겠다는 목표가 필요하다.

정부는 교부금 개편과 함께 10개년 국가교육대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도 안정적인 재정과 교육개혁의 성과를 묶은 가칭 '교육재정 국민계약'을 내놓아야 한다. 얼마를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그 돈으로 교실과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약속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나 홀로 집에'는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속편에서 가족은 또다시 케빈을 놓쳤다.
같은 실수가 반복됐기에 영화는 시리즈가 됐다. 교부금 논쟁도 때마다 같은 장면을 되풀이할 것인가. 교부금 산식보다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교육의 산식이다. 이번에야말로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교육의 주인공이 함께 타고 있는가.

김현철 서울교육자치시민회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