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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현대차의 가격표 뛰어넘는 혁신

[테헤란로] 현대차의 가격표 뛰어넘는 혁신
김동호 산업부 차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장차 들른 스히폴공항.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도로에서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 '기아' 차량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모습을 드러낸 '니로'는 고국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니로는 2020년 네덜란드 전체 신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실용성과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하는 네덜란드인들은 최근 6만유로를 훌쩍 호가하는 EV6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지에서 기아차 구매는 더 이상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다. 친환경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며 뛰어난 안목을 갖춘 '합리적인 삶'의 방증으로 여겨진다.

출장을 함께하던 현지 가이드는 "50세 생일을 가장 큰 행사로 여기는 네덜란드인들이 타 브랜드보다 비싼 기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기아차를 산다는 것은 곧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낸 극적인 체질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콧대 높은 유럽 현지 브랜드와 일본의 유수 브랜드를 단숨에 제치고 선택받은 비결은 가격이 아니었다.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탄생한 차별화된 디자인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동화 플랫폼 기술력이었다. '싼 맛에 타는 차'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당당하게 제값을 받으며 품질과 브랜드 가치로 승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반면 국내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며 비워둔 '가성비'의 빈자리를 중국 BYD가 맹렬한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신차 가격 책정을 두고 '그 가격이면 보태서 테슬라를 산다'는 조롱 섞인 반응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당면한 도전의 해법은 다시 '가치'에 있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무의미한 출혈경쟁을 감수했던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쥐어야 할 유일무이한 무기는 가격표를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혁신과 경험'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환을 견인하고, 수소전기차를 넘어선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네덜란드 시장이 입증했듯, 소비자는 다소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더라도 진정한 가치를 체감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국내에서도 단순한 가격 비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가격을 넘어선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란 승부수를 띄운 현대차의 도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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