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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경제 덮친 '삼각 파고' 막을 방파제 점검해야

동시다발 대외 악재 경제 발목 잡아
낙관만 말고 대응 시나리오 잘 짜야

[사설] 한국 경제 덮친 '삼각 파고' 막을 방파제 점검해야
외국인 관광객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동시다발적으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국제유가 급등, 미국 국채금리 상승, 인공지능(AI) 산업의 속도조절론까지 삼각 파고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모양새다. 세 변수 모두 대외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대외환경이 악화되면 아무리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좋더라도 리스크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가, 금리, AI 규제라는 세가지 대외 악재의 동시 등장은 수출과 원자재 수입 모두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진로를 당분간 가로막을 수 있다.

당장 유가 급등이 코앞에 닥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인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105달러, 두바이유는 한때 120달러대를 뚫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이어 우회로였던 육상 송유관마저 막히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비용 부담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번 원유 운송경로를 복구하려면 수주일이 걸릴 수 있고, 추가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는 곧바로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여러 지표가 양호한 편이나 물가는 매우 불안정하다. 국제유가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하반기 물가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내외 금리환경도 좋지 않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채권 발행이 겹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한국의 시장금리에도 상방 압력이 높아진다. 이처럼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기조가 뚜렷하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금리 정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발 AI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면서 주식시장에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메모리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에 수출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도체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AI 투자에 급브레이크가 걸린다면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은 건 사실이다. 성장률 전망치가 3%를 웃돌 만큼 경쟁력이 높아졌고, 수출 확대에 따른 초과세수도 상당한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6년 만에 경기선행지수가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는 대외환경 변수가 자국 경쟁력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대외경제 불확실성에 잘 대처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체계를 정교하게 손질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 의존도가 매우 높아 현재 양호한 경제지표는 우리의 실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도체가 꺾이면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될 것이다. 낙관에 빠질 게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선제적 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