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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잃고 이듬해 1억 벌어 '본전'인데…코인 세금 2145만원, 왜?

1억 잃고 이듬해 1억 벌어 '본전'인데…코인 세금 2145만원, 왜?
ⓒ 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디지털자산) 투자자 A 씨가 2027년 코인을 매도해 1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가정해 보자. 이듬해 다시 투자해 1억 원을 벌면 2년간 누적 투자 손익은 '0원'이다. 하지만 A 씨가 내야 할 세금은 '2145만 원'에 달한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는 한 해 동안 발생한 이익과 손실만 합산하기 때문이다. 전년도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이익에서 빼주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잃었던 돈을 되찾았을 뿐이지만 세법상으로는 이듬해 1억원의 소득을 새로 올린 셈이 된다.

최근 국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폐지·유예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과세 폐지와 2년 유예를 요구한 국민동의청원도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과세 여부와 시기뿐 아니라 이월결손금 공제 등 실제 투자 손익을 반영할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월결손금 공제 도입 필요…해외 사업자 취득가액 산정도 문제"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한 해 동안 가상자산을 팔거나 빌려주고 얻은 이익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 한다. 남은 금액에는 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A 씨 사례에서 2027년에 확정된 1억 원의 손실은 해당 연도가 끝나면 세금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2028년에 발생한 이익 1억 원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뺀 9750만 원이 과세 대상이 된다.

9750만 원에 22%의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은 2145만 원이다. A 씨는 2029년 5월 이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2년간 실제 투자 손익은 0원이지만 세금을 내고 나면 오히려 2145만 원의 손실이 남는 셈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년도에 손실을 보고 올해 이익이 났다면 서로 상계한 뒤 과세하는 이월결손금 공제가 내년 시행될 제도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발생한 손실이라면 계산이 달라진다. 2028년 비트코인으로 1억 원을 벌고 이더리움으로 1억 원을 잃었다면 두 손익을 합산할 수 있어 과세 대상 소득은 0원이 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1억 원을 잃은 시점이 2027년이고 이더리움으로 같은 금액을 번 시점이 2028년이라면 손익을 합칠 수 없다. 투자 결과는 같아도 손실과 이익을 어느 해에 확정했는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상승장과 하락장이 여러 해에 걸쳐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 장기간의 투자 결과보다 과세 기간별 손익이 세액을 좌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연말을 앞두고 손실이 난 가상자산을 매도해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상계하려는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금융투자소득세에는 금융투자로 발생한 결손금을 5년간 이월해 공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여러 해에 걸친 투자 결과를 반영해 순수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결국 폐지됐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이러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황 교수는 "과세 형평성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에도 이월결손금 공제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제도를 적용하려면 이전 연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손실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관리 범위 밖에 있는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의 거래 내역·취득가액을 어떻게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황 교수는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손실을 본 뒤 가상자산을 국내 지갑으로 보내 처분하면 취득가액의 승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취득가액 산정·승계도 이월공제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세청도 시스템 측면에서 과세를 상당 부분 준비한 단계"라며 "관련 고시가 나온 뒤 구체적인 과세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폐지 이어 유예 청원도 5만명…과세체계 재검토 요구 확산

가상자산 과세 체계를 재검토해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공개된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지난 14일 동의자 5만 명을 넘겨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를 2년 더 미루고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의 취득가액 확인 체계, 신고·납부 인프라 등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 과세 관련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은 불과 넉 달 만에 두 번째다.
지난 5월에도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해당 청원은 상임위에서 본격적으로 심사되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폐지된 금투세와의 형평성, 낮은 기본공제, 이월공제 부재 등 현행 과세 체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