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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日에 배워야 할 핵심광물 확보 전략

[특파원 칼럼] 日에 배워야 할 핵심광물 확보 전략
서혜진 도쿄특파원
"한국에서는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오프테이크(장기 원료 구매) 계약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하지만 일본이 그 계약을 얻고 공급원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도쿄 아오야마가쿠인대에서 열린 '2026년 한일 경제안보 파트너십 심포지엄'. 이후 만찬장에서도 공급망 협력 얘기가 이어졌다. 한 전문가는 일본의 희토류 확보 과정을 설명하며 한국이 놓치고 있는 대목을 이렇게 지적했다.

공급망과 에너지·자원 안보를 다룬 이번 행사에서는 한일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책이 네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협력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누가 어떤 위험을 부담하고 무엇을 주고 받을지에 대한 실행 방안은 뚜렷하지 않았다.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일 협력' 세션의 패널인 지시마 도모노부 한난대 교수도 제도적 협력의 진전을 곧바로 성과라고 부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이런 협력을 검토할 만한 분야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하라다 다케시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심사역은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대한 일본의 투자 사례를 소개했다. 라이너스는 호주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정제해 중국을 거치지 않고 공급한다. 2024년 기준 세계 자석용 희토류 정제의 91%를 중국이 차지한 시장에서 귀중한 대체 공급원이다.

한국 기업들도 라이너스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희토류 금속화를, JS링크는 영구자석 생산을 추진한다. 하지만 일본은 기업의 개별 참여를 넘어 정책금융과 담보, 우선공급권을 결합해 조달망 자체를 구축했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먼저 대출과 공급권을 연결했다. JOGMEC과 종합상사 소지쓰는 각각 94%, 6%를 출자해 합작법인 JARE를 세웠다. JARE는 라이너스에 돈을 빌려주면서 주요 자산을 담보로 잡아 유일한 담보채권자가 됐다. 일본에 우선 공급한다는 대출조건을 어기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산 이후 달라질 협상력에도 대비한 구조다.

담보는 계약을 지킬 장치였지만 생산자가 무너지면 공급권도 소용없다. 라이너스가 자금난에 빠지자 JARE는 미지급 이자 일부를 탕감하고 금리를 낮추며 만기를 연장했다. 공급권 확보에 그치지 않고 생산업체가 버티도록 도운 것이다. 공급원을 유지하는 한편 일본이 원료를 받을 권리도 확대해왔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JARE의 라이너스 지분은 약 3%였지만 공급관계는 2038년까지 이어진다. 올해 확대된 계약에서는 중희토류 등의 생산량 50%를 확정 구매하고, 조건에 따라 최대 75%까지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일본 시장의 독점 판매는 소지쓰가 맡았다. 작은 지분으로도 원료를 우선 공급받고 일본 기업에 판매할 경로까지 마련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참여는 아직 개별 기업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일본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정책금융의 역할을 투자비 지원에 한정할 것인지, 공공이 공급업체의 위험까지 분담하며 장기 공급권을 확보할 것인지다. 공급업체가 자금난에 빠져 이자를 깎거나 상환을 늦춰야 한다면 한국에서는 누가 이를 판단하고 책임질 것인가.

민간기업은 이자 감면이나 상환 연장이 회사에 줄 이익을 주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가 전체의 공급망 안보를 위해 기업에 장기 위험까지 떠안기기는 어렵다. 공기업이 이를 분담하려면 추가 지원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지, 공급권의 가치가 비용에 걸맞은지 판단할 역량과 책임질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분담하고 공급원을 지켜줄 공적 내비게이터가 필요하다.
기업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공급망의 취약지점과 대안을 분석하고 중요사업에서는 금융위험을 분담해 장기 공급권을 확보하는 역할이다.

일본은 계약으로 공급권을 확보하고 공급업체가 어려워지면 금융조건을 조정해 공급원을 지켰다. 한국의 공적 지원도 투자 이후까지 내다볼 때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