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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장 "제주의 '쿰다', 지구적 공존 해법으로" [fn인터뷰]

제주대 첫 HK3.0 연구거점형 사업 총괄
7년간 48억원… '쿰다' 정책인문학 실험
리빙랩서 지역현안 발굴·정책 환류 추진
아태 섬 연결해 글로벌 연구거점 구축

김치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장 "제주의 '쿰다', 지구적 공존 해법으로" [fn인터뷰]
18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김치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며 HK3.0 쿰다인문학의 연구 방향과 지구적 공존을 위한 정책인문학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시작하지만 제주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섬은 고립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의 공간이고, 결핍의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유가 시작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18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만난 김치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장에게 인문한국3.0(HK3.0) '쿰다인문학'이 향하는 곳을 묻자 답은 '공존'으로 모였다.

제주에서 만들어진 경험을 제주만 설명하는 지식으로 남겨두지 않고 난민과 이주, 언어와 생태, 인간과 자연이 충돌하는 세계의 문제를 풀어내는 인문학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대 개교 이래 처음 선정된 HK3.0 연구거점형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앞으로 7년간 투입되는 국가 연구비는 48억원이다. 그러나 김치완 원장이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 것은 사업비나 논문 편수가 아니었다. 연구가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느냐였다.

"연구실 안에서 좋은 논문을 쓰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지역사회가 겪는 문제를 함께 발견하고, 연구 결과가 다시 정책과 교육,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연구 아젠다는 '지구적 아노미 시대 쿰다인문학: 군도의 삶과 잡종의 앎으로'다. 연구단은 영문 표기를 Qumda로 사용한다.

김 원장은 쿰다를 제주에서 축적된 포용과 환대의 경험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설명한다. '품다'를 뜻하는 제주어에서 시작했지만 특정 지역의 문화적 미덕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탐라문화연구원이 2019년부터 수행한 '쿰다로 푸는 제주 섬의 역사와 난민' 연구가 출발점이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계기로 환대와 배제, 이주와 정착을 연구했던 문제의식이 이번 HK3.0에서는 언어소통과 공동체, 생태위기,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확장된다.

김 원장은 "쿰다는 박제된 전통문화가 아니라 지역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현재의 실천이어야 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정책인문학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말하는 '지구적 아노미'는 사회를 지탱하던 규범과 관계, 연대가 흔들리는 상태다. 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과 기후위기, 불평등과 이주 확대, 언어소통의 단절처럼 서로 다른 위기가 한꺼번에 중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왜 그 해법을 제주에서 찾느냐고 묻자 그는 "제주가 이미 세계적인 변화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봤다.

관광개발과 외부자본 유입, 이주민 증가, 제주어 약화와 공동체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정주민과 이주민, 개발과 보존, 표준어와 지역어, 환대와 배제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

김 원장은 기존 지역연구의 방향을 뒤집겠다는 표현도 썼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이론으로 제주를 분석하기보다 제주에서 발견한 경험과 지식을 새로운 이론과 정책 모델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는 "제주는 연구의 대상만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여기에서 이론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시험한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쓰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가 인문학의 '이론 생산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힘을 준 대목은 '현장'이었다. 그 중심에 쿰다리빙랩이 있다.

김 원장은 "상아탑을 넘어 현장으로 나가는 쿰다리빙랩을 구축하겠다"며 "연구와 실천이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연구 결과가 현장으로 가고,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다시 연구로 들어오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치완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장 "제주의 '쿰다', 지구적 공존 해법으로" [fn인터뷰]
18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 대회의실에서 열린 HK3.0 쿰다인문학단 출범식에서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과 김치완 탐라문화연구원장.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에서 출발한 쿰다인문학을 아시아·태평양 섬 지역의 공동연구와 정책인문학으로 확장한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리빙랩에서는 연구자가 문제를 정해 주민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주민과 이주민, 연구자, 행정기관, 현장 실무자가 함께 지역 현안을 찾아내고 해법을 실험한다.

쿰다인문스튜디오는 지역 현안을 공론장으로 끌어내고 정책 아이디어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쿰다아카데미는 연구 성과를 시민과 교육 현장으로 확산하고 이민자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쿰다지식허브에는 축적된 연구자료를 공개한다.

김 원장이 '정책인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는 "정책은 행정가만 만들고 인문학자는 해석만 한다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싶지 않다"며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가 공론장과 정책으로 연결되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조직도 한 전공에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짜지 않았다. 역사횡단(T)·언어소통(I)·사회교차(E)를 연결한 TIE 공동연구 체계다.

역사횡단팀은 제주4·3과 이주·정착, 식민 경험, 해양교류와 재일제주인의 이동을 대만·오키나와 등 다른 섬의 역사와 비교한다.

언어소통팀은 제주어와 표준어, 이주민 언어가 실제 생활공간에서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는지를 현장 자료로 살핀다. 호칭과 높임법, 언어 전환과 자연발화까지 분석해 언어 차이가 배제로 이어지는 과정과 상호 이해의 가능성을 함께 찾는다.

사회교차팀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공동체 변화와 돌봄을 연구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도와 공존 거버넌스를 모색한다.

김 원장은 "역사학자는 역사만, 언어학자는 언어만 연구한 뒤 마지막에 결과를 합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며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자료와 해석을 계속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군도'를 강조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섬 하나를 고립된 공간으로 보지 않고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역사와 이동, 기억과 언어로 이어진 관계망으로 이해한다. 비교연구 대상은 오키나와와 대만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하와이 등 아시아·태평양 도서지역으로 넓어진다.

탐라문화연구원은 이미 일본 오사카공립대와 류큐대, 리츠메이칸대, 대만 중앙연구원과 국립중산대, 호주 퀸즈랜드대 등과 연구망을 구축했다.

"아시아·태평양의 섬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제주로 와서 자료를 보고 함께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서로 떨어진 섬을 학문적으로 연결하는 연구거점이 되고 싶습니다."

연구단은 사업기간 국내 전문학술지 논문 104편과 국제저명학술지 논문 6편, 쿰다인문학총서 12권을 목표로 잡았다. 국내외 학술대회 18회와 콜로키움 44회도 계획하고 있다.

탐라문화연구원이 최근 축적한 연구 기반도 적지 않다. 국내외 학술대회 44회를 개최했고 전문학술저서와 총서 17권을 발간했다. 연구비 수주 실적은 27억8900만원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7년 뒤 가장 중요한 성과를 묻자 다시 사람이야기로 돌아왔다.

"논문과 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남아야 합니다."

학부생에서 석·박사과정, 박사후연구자와 신진연구자로 이어지는 학문후속세대 성장체계를 구축한다. 학생들이 자료조사와 현장연구, 데이터 구축, 학술대회와 논문 작성, 리빙랩까지 연구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연구의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직접 연구하고 현장에 참여하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라문화연구원을 '탐라학술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쿰다인문학회 출범을 추진해 국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연구인력과 연구망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김 원장은 48억원과 7년이라는 숫자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7년 사업 하나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초석은 놓아야 합니다. Qumda라는 제주에서 출발한 생각이 다른 섬과 지역으로 이어지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지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출범 선언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섬은 고립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의 공간입니다. 배제가 아닌 포용의 영토를 넓히는 것, 제주에서 시작한 쿰다인문학이 지구적 공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