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장례 현장 동행
가족 있었지만 시신 인수자 없어
이동식 장례차량에서 추모 의식
봉안당에도 사진·꽃 찾기 어려워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이 지난 17일 이동식 장례차량 '별빛버스'에서 무연고 사망자 김모씨(62)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 세상 미련을 다 접어두고 잘 가시라.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으며 빌고 또 빌어봅니다."
대전정수원 한편에 세워진 버스 안에 축문이 울려 퍼졌다. 조문객도 영정사진도 없이 제사상 뒤에는 '김○○'이라고 적힌 고인의 이름 석 자만 놓였다.
추석을 앞둔 지난 17일. 가족을 만나러 가는 귀성 행렬의 반대편에서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 김모씨(62)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김씨에게도 가족은 있었지만 시신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 이날 김씨의 마지막을 지킨 사람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 2명과 기자뿐이었다.
빈소 대신 버스에서 치른 마지막 장례
김씨의 마지막 여정에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이동식 장례차량 '별빛버스'가 함께했다. 장례를 앞두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전 대덕구의 한 마트였다. 장바구니에는 생선과 황태포·대추·밤·고사리·사과·배·곶감이 하나씩 담겼다.
김씨가 생전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아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일반적인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으로 김씨의 마지막 한 끼를 준비했다.
진흥원은 지자체로부터 고인의 생전 정보를 전달받으면 가능한 범위에서 이를 제사상에 반영한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통상적인 제사상 차림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이동식 장례차량 '별빛버스'. 사진=이동혁 기자
별빛버스는 이후 대전 중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김씨의 시신을 싣고 화장시설인 대전정수원으로 향했다. 김씨를 위한 별도의 빈소는 없었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과 달리 별도의 공영장례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날 별빛버스가 김씨를 추모하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
정수원에 도착하자 직원 2명의 손이 분주해졌다. 불과 15분 전까지 텅 비어 있던 버스 안에 김이 오르는 밥과 국, 과일과 술이 차례로 놓였다. 제사상이 갖춰지면서 김씨를 위한 빈소가 차려졌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지자체가 조례와 예산에 따라 공영장례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장례 공간과 예산 등 여건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부족 등으로 별도의 장례 의식 없이 곧바로 화장 절차를 밟기도 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장례 의식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장례 의식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가 끝난 뒤 정수원 수골실 앞에서는 다른 고인들의 이름이 하나둘 불렸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의자에 앉아 있던 가족과 상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골함을 건네받은 이들은 서로를 챙기며 수골실을 빠져나갔다. 잠시 뒤 김씨의 이름이 불렸다. 기자가 건네받은 봉투에는 김씨의 이름 옆에 '무연(無緣)'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 사진도 꽃도 없는 마지막 자리
지난 17일 대전추모공원 제2봉안당에 무연고 사망자 김모씨(62)의 유골함이 봉안돼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김씨의 마지막 이동지는 대전추모공원 제2봉안당이었다. 봉안당에 들어서자 긴 복도를 따라 수많은 봉안함이 늘어서 있었다. 생년월일과 사망일 옆에는 고인이 생전 환하게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꽃과 작은 장식물이 놓인 자리도 곳곳에 보였다.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었다. 김씨가 안치될 곳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고인의 얼굴을 담은 사진도,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보여주는 꽃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트에서 마련한 마지막 한 끼와 버스 안에서 치른 작은 장례를 거쳐 김씨가 도착한 마지막 자리였다. 진흥원 관계자는 "장사법에 공영장례의 근거를 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홀로 보내지 않겠다는 공동체적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례를 치르는 분들마다 금전적이거나 법적인 이유 등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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