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심의 없이 30% 변경 가능…초과세수로 기금 확대 시 자체 변경 가능액↑
기획처 "사업확대·신규사업으로 추가 재정소요…현시점서 합리적 예측 어렵다"
미래기금 지방 보조사업비 3년간 쓴다…회계연도 예외 더 길게
국회 심의 없이 30% 변경 가능…초과세수로 기금 확대 시 자체 변경 가능액↑
기획처 "사업확대·신규사업으로 추가 재정소요…현시점서 합리적 예측 어렵다"
정부세종청사에 게양된 태극기와 대한민국 정부기 (출처=연합뉴스)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에 반영한 국고 보조사업비를 최장 3년간 쓸 수 있도록 '회계연도 독립 원칙'의 예외를 현재보다 더 길게 인정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162조원 수준으로 계획한 미래대응기금의 전체 규모가 초과 세수로 더욱 증가하면 국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당국의 재량으로 금액 및 사용기간을 조절할 수 있는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는 미래대응기금 관리주체가 지방계정에 편성된 보조사업 지출계획 중 불가피한 사유로 해당 회계연도 내에 지출하지 못한 금액을 '다음다음' 연도까지 이월(移越·회계기간의 계정을 다음 기간으로 넘김)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들어갔다.
역시 정부가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미래기금법) 제정안에도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에 편성된 보조사업 지출계획에 따른 세출예산 중 불가피한 사유로 해당 회계연도에 지출하지 못한 금액을 '다음다음' 연도까지 이월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현재는 예외적인 경우에 1년간 사용기한 연장이 가능한 사업비를 2년간 연장해 합계 3년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27년도에 쓰려고 편성한 사업비라면 원칙적으로 2027년에 다 쓰되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2028년까지 2년에 걸쳐 지출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요건에 맞으면 2029년까지 최장 3년간 쓸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각 회계연도의 경비를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하도록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기금 역시 매 회계연도의 지출 금액을 다음 연도로 이월해 쓰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신 해당연도 내에 계약체결을 비롯한 '지출원인행위'를 했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연도 내에 쓰지 못한 금액은 '다음' 연도로 넘겨 사용할 수 있다며 조건부로 사용기한 1년 연장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도 지출원인행위를 한 경우에만 이월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지만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의 보조사업이라면 지출원인행위를 했는지는 따지지 않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이월하도록 요건을 통상적인 기금보다 완화한다.
기금 사업비를 이월할 때는 이월명세서를 작성해 재정경제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감사원 등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한다.
정부는 사업 추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각 지역의 사정을 배려하도록 이같이 제도를 설계한다.
[그래픽] 2027년 미래대응기금 예산안 (출처=연합뉴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국고보조사업) 공사 등이 설계나 부지선정 민원 등으로 인해 첫해나 두 번째 해에 늦어질 수 있는데 그런 경우 보조금을 반납하고 다시 예산을 편성 받도록 하면 지자체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지자체의) 사정에 맞게 집행 스케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 비슷한 취지의 조항이 있어서 이를 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성장에 관한 특별법'은 회계연도에 다 쓰지 못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세출예산을 다음 연도로 넘길 수 있도록 하되 2회계연도를 초과해 이월하지는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내년 수입액 기준 약 162조원 규모로 설립하고 이 가운데 약 15조3천억원(사업비 10조3천억원, 여유자금 5조원)을 지방계정에 할당한다.
내년 사업비로 지출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104조4천억원이 여유자금 등으로 운용된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쯤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내국세 수입 증가 등에 따른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투입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래대응기금의 규모가 커지고 각 계정의 지출이 확장하면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행정기관 등의 의지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사업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래대응기금도 다른 기금처럼 국회의 사전 심의·의결로 확정되어야 지출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요항목 지출액 변경은 30% 이내라면 국회에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담겼다.
이론상 사업지출액 45조4천억원의 30%인 약 13조6천억원까지 기금관리주체가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구상이다.
다만 지출 금액 변경은 전체를 통째로 할 수 없고 프로그램 단위로 결정해야 하므로 전체 사업비를 30% 한도까지 자체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회의사당 (출처=연합뉴스) 그런데도 미래대응기금은 운용상의 유연성이 커서 입법부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도 한 만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이 주목된다. 국회 결산 심사, 감사원 감사, 기금운용평가 등 이미 마련된 제도의 통제는 미래대응기금도 마찬가지로 받을 전망이다.
미래대응기금이 앞으로 어떻게 운용되고 기금 사업이 어느 정도의 추가 재정 소요를 유발할지는 불확실하다.
기획처는 국회에 낸 미래기금법 제정안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서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의 미래대응투자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재정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려는 법률안의 취지를 고려하면 국가의 추가 재정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대응기금의 규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기금 조성을 위한 재원을 특정하기 곤란하다"면서 "법률안에 따라 기존 사업이 확대되거나 신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하나,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사업내용 및 규모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획처는 아울러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전제로 2027년 예산안을 편성했으나 향후 미래대응기금 사업의 확대·신규 편성 여부와 그 규모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어 추가재정소요 산출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달 10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래대응기금이 고갈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세입이, 재원이 얼마나 계속 확보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얼마나 또 한꺼번에 쓰느냐 적게 쓰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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