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체계 대전환 (하)
수사기관에는 혐의사실·법리 다툼
공소청에는 보완수사 필요성 중심
각각 다른 목적으로 '2단계 변론'
전문적인 법률 조력 없이는 힘들어
경제력 따라 방어권 격차 발생 우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뉴스1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로펌들의 형사 변론 시장에는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의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이 대응해야 할 기관과 절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력에 따른 법적 방어권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나 공소유지, 영장청구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수사 요구도 가능하다. 수사 개시 후 6개월 이상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수사 과정에서 권리가 침해된 경우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도 새로 마련됐다.
로펌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2단계 변론'이다.
수사기관 단계에서는 혐의 사실과 법리를 놓고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사건이 송치된 뒤에는 공소청 검사를 상대로 다시 공소제기의 필요성과 증거의 충분성, 보완수사의 필요성 등을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형사팀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기존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처분에 관한 의견을 함께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수사기관과 공소청에 각각 다른 목적의 변론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사건일수록 사건 초기부터 송치 이후까지 단계별 전략을 따로 설계할 필요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형로펌들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맞춰 경찰·중수청 수사 단계와 공소청의 기소 판단 단계를 구분한 대응체계를 마련 중이다.
변호사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화는 '절차적 다툼'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벗어난 자료를 확보했는지,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됐는지, 조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등이 별도의 변론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로펌 형사 전문 변호사는 "앞으로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느냐'뿐 아니라, '그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적법했느냐'가 더욱 중요한 방어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 절차상 하자가 발생하면 이후 영장이나 기소, 공판 단계에서 증거능력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완수사와 재수사 역시 새로운 변론 지점으로 꼽힌다. 공소청 검사가 어떤 사항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는지, 실제 보완수사가 그 범위 안에서 이뤄졌는지 등을 놓고 사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절차가 복잡해지는 만큼, 로펌업계에서는 형사변론 시장 자체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로펌에서는 수사기관 대응부터 공소청의 기소 여부 결정까지 하나의 수임계약으로 처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사기관·공소청·공판 단계를 구분해 수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피의자·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제력에 따른 '방어권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연수원 출신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각 단계에서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받을 필요성도 커지는 만큼, 충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당사자와 그렇지 못한 당사자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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