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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돈의 글로벌 경제, 정파보다 국가 이익 앞세워야

대미투자 물꼬 튼 한미 정상회담
국익 중심으로 향후 난제 돌파를

[사설] 혼돈의 글로벌 경제, 정파보다 국가 이익 앞세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한미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글로벌 경제 교역을 놓고 국가 간 손익계산이 치열하다. 그런 점에서 대미투자 확정을 앞둔 한미 정상 간 전격적인 회담은 의미가 크다. 유엔총회 참석 차 뉴욕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에는 그간 답보 상태였던 대미투자 협상의 진전이 있다. 오랜 교착 끝에 물꼬가 트인 장면이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원자력잠수함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도 확인한 값진 이벤트다.

그러나 한미 양국 간 거래 관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양국 간 투자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실제 투자처가 확정되고 자금이 집행되기까지, 그리고 향후 추가 투자 결정이 단행되는 과정에 수많은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원전 건설이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처럼 추가 협의가 필요한 과제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투자대상 선정의 기준이 되는 '상업적 합리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양국 간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모호한 탓에 언제든 미국 측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자국 이익을 챙기려 들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상의 텃밭은 일궜지만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태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령 대미투자 관련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다루는 국회 비공개 보고 내용이 최근 불법 녹취돼 외부에 유포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양국 간 진행 중인 협상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면 국가의 대외 협상력이 떨어지고 만다. 국익과 안보가 걸린 사안일수록 비밀유지의 원칙은 확실히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국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이 걸려 있는 문제인 동시에 우리 기업의 투자와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국회의 검증 기능과 정부의 설명 책임도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지금 글로벌 경제와 외교 안보는 정해진 답이 없는 혼돈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어제까지 사활을 건 무역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조차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안정관계'를 재확인하며 관계 관리에 나섰다. 이미 올해 초 각각 300억달러 규모의 상호관세 인하와 무역위원회 가동에 합의한 양국은 후속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AI 같은 핵심 이익 앞에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면서도 실리가 걸린 부분에서는 실용적으로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어제의 적대국들도 국익 앞에서는 속도조절을 할 줄 아는 법을 보여준다.

하루가 다르게 판도가 바뀌는 혼돈의 시대다. 특히 안보와 경제가 걸린 사안 앞에서는 국내 여론 결집이 우선이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서로의 발목을 잡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국익 앞에는 여도 야도 없다. 예측불허의 글로벌 질서 속에서 생존하는 길은 국내의 힘을 모아 경제안보의 자강력을 키우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