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AI 주가, 실적보단 심리 따라 움직여… 불확실성이 최대 적" [한미재무학회]

현재의 AI 장세는 과거 '닷컴버블'때와는 달라
실적·수출이라는 실체 있지만 너무 앞선 낙관론 미리 반영
작은 뉴스에도 출렁이고 기대 꺼지면 급락 가능성
한국, 중앙집중적 경제 체제에서 오는 리스크 줄여야
투자자는 특정 시나리오에 집중베팅 말고 '분산'
장기수익은 결국 펀더멘털 따라가… 투자시계 길게 보길

"AI 주가, 실적보단 심리 따라 움직여… 불확실성이 최대 적" [한미재무학회]
김화균 美 텍사스 A&M대 메이즈경영대학 석좌교수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2026년 코스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7월 초 사상 최고치(9385선)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3주 만에 약 30% 급락했다. 연중 변동성은 60%를 넘어 비트코인을 웃돌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올해에만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됐다. '거품 붕괴의 시작'과 '강세장 속 조정'이라는 진단이 맞서는 지금, 자산가격 거품의 지속성과 모호성(ambiguity)하의 자산가격 결정을 연구해 온 김화균 텍사스 A&M대 교수에게 시장 진단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물었다.

"AI 주가, 실적보단 심리 따라 움직여… 불확실성이 최대 적" [한미재무학회]
◀ 대담자 김규리씨는 미국 텍사스 A&M대 재무학 박사과정 연구자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캠퍼스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채권시장과 가계금융, 지속가능금융이 교차하는 지점을 실증적으로 연구한다.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지방채(municipal bond) 절세 거래 행태를 분석했으며, 김화균 교수와 함께 ESG 채권 시장의 발행 유인과 중개 구조를 다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는 김규리 텍사스 A&M대 재무학 박사과정 연구자가 진행했다.

―불확실성과 자산가격을 오래 연구해 왔고 최근 인공지능(AI)으로 연구를 넓혔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시카고 유학 시절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형 안에서 정직하게 다루는 태도였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커스 교수에게서는 기대(expectation)가 가격을 움직인다는 관점을,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라스 핸슨 교수에게서는 경제주체가 자신의 모형 자체를 불신할 때, 즉 확률조차 부여하기 어려운 모호성 아래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배웠다. 루커스 교수의 정책 비판(Lucas critique)이 그 출발점이었다. 정책이 바뀌면 사람들의 기대도 함께 바뀌기 때문에 의도한 결과 대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따라온다. 재정·통화정책이 복잡해질수록 그 자체가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 마침 박사과정 무렵 닷컴버블의 생성과 붕괴를 지켜보면서 표준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격의 장기 이탈과 그것이 왜 쉽게 꺼지지 않는지가 평생의 질문이 됐다. '지속되는 거품(Persistent Bubbles)' 연구는 그 연장선이다. 생성형 AI에 주목한 계기도 같다. AI는 수익성의 분포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모호성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의 정보처리와 기대 형성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다. 연구실 밖에서도 이 변화를 확인하고 싶어 학부에 생성형 AI 강의를 직접 개설했다. 이론과 강의실이 서로를 검증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AI 거품론'과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이 맞선다. 경제학에서 거품은 어떻게 판단하나.

▲학술적으로 거품은 자산가격이 배당·이익 등 펀더멘털이 정당화하는 내재가치에서 지속적으로 괴리되는 현상이다. 문제는 내재가치 자체가 관측되지 않아 실시간 판별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품이냐 아니냐'는 이분법보다 유용한 질문은 '가격이 어떤 시나리오를 선반영하고 있는가'이다. 지금 AI 장세는 2000년 닷컴버블과 달리 실적과 수출이라는 실체가 있다. 7월 들어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것이 그 증거다. 다만 가격이 그 실체의 '매우 낙관적인 경로'까지 미리 반영했다면 펀더멘털이 견조해도 기대가 재조정되는 순간 큰 폭의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분포 자체가 바뀌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가격은 한동안 펀더멘털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제 연구의 핵심은 투자자들이 거품을 의심하면서도 '남들보다 먼저 나가면 된다'는 재매도 옵션 때문에 올라타고, 그 결과 거품이 오래 지속되다가 좁은 출구로 한꺼번에 몰릴 때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번 급락이 붕괴의 시작인지 조정인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낙관적 기대와 레버리지가 함께 청산되는 국면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코스피가 고점에서 3주 만에 30% 급락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이런 쏠림을 어떻게 보나.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을 넘는 구조에서는 개별 기업의 뉴스가 곧 시장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분산이 작동하지 않으니 지수 변동성이 개별주 수준으로 올라가고,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오를 때는 쏠림을, 내릴 때는 낙폭을 기계적으로 증폭시킨다. 집중도 한도에 걸린 일부 외국인 펀드의 규정상 매도까지 겹치면 펀더멘털 악화 없이도 '과밀 포지션의 청산'만으로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하락에는 이 요소가 상당해 보인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직후 급락한 것은 전형적인 'sell the news', 즉 호재가 실현되는 순간 기대가 소진되는 현상으로 가격에 낙관이 얼마나 선반영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 나스닥과의 동조화 심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산업·종목 집중이 겹친 한국 시장은 같은 충격에도 진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변동성 자체보다 이 '구조'가 본질적 취약점이다.

―AI 수익성에 관세·긴축·지정학 위험까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시장에서 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은.

▲불확실성은 모호성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동전 던지기를 생각해 보자. 앞뒤가 각각 50%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은 위험(risk)이다. 그런데 다음번에 동전을 쓸지 주사위를 쓸지 알 수 없다면 그것이 불확실성이다. 확률분포를 모른다기보다 게임의 규칙 자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AI의 10년 뒤 수익성도 이 범주에 가깝다. 우리 연구(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2015)는 투자자들이 모호성을 싫어하며, 이것이 위험 프리미엄과 별도의 추가 보상 요구로 자산가격에 반영됨을 보였다. 모호성이 커지면 요구수익률이 높아지고 가격은 작은 뉴스에도 크게 출렁인다. 실험 연구(Management Science·2014)에서도 실제 사람들이 이런 선호대로 행동함을 확인했다. 여기서 나오는 실천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특정 시나리오에 전 재산을 거는 집중 베팅을 피할 것. 분산은 모호성 시대의 가장 싼 보험이다. 둘째, 레버리지를 억제할 것. 모호성 국면의 급락은 예고 없이 오고, 빚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셋째, 투자 시계를 길게 가져갈 것. 단기 가격은 기대의 재조정에 휘둘리지만 장기 수익은 결국 실현되는 펀더멘털을 따라간다. 예측력을 키우는 것보다 '틀려도 살아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에 나섰다. 현 정책 조합과 한국에 필요한 대응은.

▲자산가격 과열에 금리로 맞서는 '역풍 정책'은 학계에서 오래된 논쟁거리다. 금리는 경제 전체에 작용하는 무딘 도구여서 거품만 겨냥하기 어렵고 실물 비용이 크다. 다만 이번 한국은행의 인상은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이 겹친 상황이므로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과열의 진원지를 직접 겨냥하는 거시건전성 수단이 우선돼야 하며, 그 점에서 레버리지 ETF 신규 승인 중단은 올바른 표적 규제라고 본다. 가계 레버리지는 하락 국면에서 반대매매를 부르고 낙폭을 증폭시키는 가속장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해외 상품이나 장외 파생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풍선효과는 감시해야 한다. 서킷브레이커는 패닉의 속도를 늦출 뿐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국내 반도체에 국민 경제·세수·고용이 이미 노출된 만큼 금융자산에서라도 해외·이종자산 분산을 넓히는 것이 옳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중앙집중 구조를 봐야 한다. 중앙집중적 체제에서는 정책을 빠르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면 모두가 그 약을 한꺼번에 삼켜야 한다. 개별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충격이 경제 전체의 충격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미국은 주(州)별로 제도가 나뉘어 있어 이런 성격이 덜하다. 분권화가 지나치면 그 나름의 부작용이 있지만, 한국은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더 분산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증시 쏠림도 같은 구조가 자본시장에서 드러난 것이다. 끝으로 800조원 규모의 산업정책은 국가 전략으로 존중하되 '산업에 대한 국가 베팅'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은 분리해 설계해야 한다. 산업 육성이 가계의 레버리지 투자까지 정당화하는 신호가 돼서는 안 된다.

―AI가 금융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강의실에서 실제로 목격한 변화는 무엇인가.

▲실제 수업에서 목격한 변화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보 수집·요약·초벌 분석 같은 작업의 생산성이 극적으로 올라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럴수록 '무엇을 물을 것인가'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서 학생 간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것은 정형화된 처리 업무이고 인간의 비교우위는 판단과 책임, 고객과의 신뢰 관계, 그리고 확률조차 부여하기 어려운 모호성하의 의사결정에 남는다. 공교롭게도 제가 평생 연구해 온 영역이 가장 늦게 자동화되는 영역인 셈이다. 한국의 학생과 주니어 인력에게는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AI 도구를 능숙하게 쓰되 그 출력에 책임질 수 있는 경제학·재무학의 기본기를 함께 갖출 것. 둘째,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과 그것을 설득으로 바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같이 훈련할 것. 다만 AI는 초안과 여러 버전을 빠르게 만들어 주지만 아직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시작은 AI가 하게 하되 끝은 사람이 내야 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과를 검증하고 다시 질문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AI로만 해 온 세대는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이다.
도구는 평준화되지만 질문과 판단은 평준화되지 않는다.

■ 김화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텍사스 A&M대 메이즈경영대학의 석좌교수이다. 불확실성·모호성하에서 자산가격 결정과 투자자·은행·정책당국·경영자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