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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미래에도 핵심 주거… 공급확대·지방분산 동시에" [논설실의 뉴스 진단]

김진유 경기대 교수에게 듣는 한국 부동산의 현주소와 해법
서울 매매·임대가격 뛰고 있지만
뉴욕·도쿄·싱가포르 등보다 낮은 편
수도권 집중으로 체감 주거비 높아
공급 늘리되 지방으로 수요 분산을
의료·교육 등 인프라 균형발전 필요
한국의 전세 제도, 정조때부터 존재
'갭투자'는 부정적 측면만 강조
여러채 사들일 때만 '투기'로 부르고
보증부월세 등 세입자 선택지 넓혀야

"아파트, 미래에도 핵심 주거… 공급확대·지방분산 동시에" [논설실의 뉴스 진단]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가 최근 대학 연구실에서 한국의 아파트 문화와 전세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국 사회가 연일 부동산 문제로 들끓는다. 정부는 세제개편과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제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지만, 업계는 오히려 시장 왜곡을 우려한다. 그 중심에 한국 부동산을 특징짓는 아파트와 전세가 있다. 도시·교통공학을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연구해온 김진유 경기대 교수(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에게 한국 부동산의 현주소와 해법을 물었다.

―아파트가 도입 60여년 만에 전국 주택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근 젊은 세대의 아파트 선호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1960년대 도시 집중으로 주택난이 심화되자 신속한 대량공급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 아파트였다. 대량공급이어서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파트 거주를 꺼렸으나 1970년대 초 한강맨션아파트(1970), 반포주공아파트(1972) 등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공급을 계기로 선진 주거문화로 여겨지며 '단지족' '반포족' 같은 말까지 생겼다. 고도성장기 긴 노동시간 탓에 집을 직접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데다 공원·놀이터·주차장까지 갖춰 주거여건도 월등히 좋았다. 급속한 산업화로 거주이전이 잦아진 상황에서 아파트는 환금성과 새 주거지 적응성이 높고, 보안.프라이버시.익명성도 뛰어났다. 최근엔 고급주택의 위상까지 얻었다. 외국의 고급주택은 '게이티드 커뮤니티'나 단독주택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은 나인원 한남·에테르노 청담처럼 최고급 아파트가 존재하고 자산 가치도 높다. 여행·취미 등 하고 싶은 게 많은 젊은 세대는 특히 관리가 편하고 방음·주차 불편이 없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공동주택이 많아질수록 공동체가 해체됐다"고 하셨는데.

▲한국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라기엔 커뮤니티 형성이 미흡하다.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한 가치여서 오히려 일본 학계 개념인 '집합주택'에 가깝다. 아파트 주민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알려 하지도 않아 미국 도시계획 이론가 제인 제이콥스가 말한 '일상 속 상호부조'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도시에서 공동체가 해체된 것은 잦은 이동 때문이다. 고도성장기 평균 거주기간이 3년에 불과했다. 만남과 헤어짐이 잦아 감정 소모가 힘드니 서로 정을 주지 않게 됐다.

※제인 제이콥스는 거창한 공동체 조직보다 일상에서 이웃끼리 서로 알고 돕는 상호부조가 도시의 안전과 질서를 만든다고 봤다. 자신이 살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는 상점 주인들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이웃끼리 우산·돈·열쇠 등을 빌려주는 일상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이런 관계가 제이콥스가 말한 '거리의 눈(eyes on the street)'이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이 놀라운데, 국제도시 대비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의 매매·임대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조사 결과 방 3개 아파트 중위가격은 미국 맨해튼 400만달러(약 54억원)·외곽 브루클린 120만달러, 도쿄 주요 6개구 2억5000만엔(약 22억원)·나머지 23개구 1억2000만엔인 반면 서울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20억9000만원, 전체 평균 10억5000만원이다(2026년 7월 기준). 임대료는 훨씬 저렴해 글로벌 통계 플랫폼 '넘비오' 기준 서울은 주요 도시 중 139위다. 방 3개 아파트 기준 뉴욕이 한국의 3.6배, 싱가포르 2.3배, 런던 2.2배, 로스앤젤레스·시드니·홍콩이 2배 비싸고 도쿄는 비슷하다. 그런데도 체감 주거비가 높은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형병원 접근성 등 수도권의 인프라와 교육·문화 격차를 실감하며 수도권 집중이 강화됐다.

―아파트가 향후에도 핵심 주거형태로 남을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향후에도 초과 수요 상태여서 대량공급을 위해서는 아파트가 불가피하고, 주거편리성·공급단가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뉴욕 맨해튼이나 도쿄, 싱가포르 등 세계적 도시들도 도심 럭셔리 아파트가 핵심 주거유형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가 한국에서만 발달했다는 말이 있는데.

▲인도·볼리비아·페루·콜롬비아·모로코 등 세계 6~7개국에도 존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기원은 기원전 15세기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찾는데, 곡식을 빌리는 대신 자식을 맡겨 노동력을 제공하다 빚을 갚고 데려오던 관습이 주거에 들어온 것이다. 세종실록에도 유사한 기록이 있다. 국내 최고(最古) 기록은 정조 때 무관 노상추가 서울 양반가 셋집 보증금을 못 받아 애먹었다는 일기다. 전세 전신인 가사전당·세매가 조선시대에 이미 일반화돼 있었다. 1876년 개항 이후 항구도시에 농촌 노동력이 몰려 임차 수요가 폭증하고 상인들의 목돈 수요도 늘면서 전세가 본격 확대됐다.

―임대차시장에서 이미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 임차인 입장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전세사기 등 리스크와 전세보증금 절대액 상승으로 추가 전세금 조달이 쉽지 않아지면서 반전세가 늘고 있다. 보유세 상승과 임대인 고령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를 부추긴다. 임차인의 생활비만 보면 전세가 유리하다. 전세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세는 '주거 사다리'라는 긍정적 시각과 갭투자로 투기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갈린다.

▲한국에는 전세뿐 아니라 보증부 월세도 존재한다. 보증금을 늘려가며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대출을 활용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정상 수요이자 서민의 전형적인 자산 형성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갭투자'는 전세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한 왜곡된 용어다. 다만 이 방식으로 여러 채를 사들이는 경우만 '갭투기'라 불러야 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 미흡으로 전세사고·전세사기 가능성이 계속 높아졌다. 전세권설정 의무화나 전세가율 상한제, 임대인·임차인 정보의 투명한 제공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책 당국에 수차례 제언했지만 사유재산권 보호,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시행되지 않는 게 아쉽다.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주장은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차를 타지 말자는 것과 같다. 2024년 국내 전세금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보증부월세 보증금까지 합치면 2000조원을 넘을 것이다. 최소 200년 이상 이어온 이 제도에 치명적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월세만 있는 국가는 팬데믹 당시 실직한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사례가 속출해 강제퇴거 금지조치를 시행해야 했다. 한국은 전세든 월세든 보증금이 최소 월세의 12개월치는 됐기에 그런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주거 안정성을 높이려면 전세·보증부월세·월세 등 선택지를 다양화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처지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보수·진보 모두 목표는 주거 안정이라면서도 실제 정책은 크게 다른데.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영향은 막대하다. 택지 공급과 주택 규제 조절, 공공임대 등 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을 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세제·대출·공급 규제는 시장을 왜곡해 변동성을 키웠다. 정책 내용이 진영마다 다른 건 솔직히 말해 부동산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목표가 표와 당선, 정권 유지·재창출 같은 정치적 이익과 뒤섞이면서 지지층에 따라 정책 수단이 달라진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보수당이 집권하면 전 정부가 애써 마련해 둔 공공임대주택을 아예 민간에 팔아버리기도 한다.

―공급이 핵심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향후 공급정책의 핵심은.

▲정상 수요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은 분양·입주 때 자금 회수가 불안해지면 주택사업을 축소한다. 공공부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3대 공공주택 공급기관 직원은 총 1만1000명 정도로 대형 건설회사 2~3곳 직원 규모에 불과하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나. 초고층 선호현상은 바람직한가.

▲정비사업은 필요하다.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도시가 쇠퇴해 활력을 잃는다. 다만 정비사업으로 새 주거지를 만들 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평지나 핵심 업무지구에는 초고층 아파트도 가능하지만 구릉지에서까지 고층을 고집하는 것은 도시경관이나 기반시설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대표적 한강변 아파트 중 건물 높이 250m, 70층 재건축이 검토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모든 시민이 즐겨야 할 한강변 경관을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한강 유람선에서 보면 여의도를 제외하고는 아파트로 병풍을 둘러친 것처럼 보이는데, 프랑스 파리 센강의 유람선에서 보는 전경과 너무 다르다.

―수도권 공급 확대가 과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주택공급과 국토균형 모두 필요하다. 세부 전공이 주택수요 추정인데, 실제 수도권 수요를 추정해보면 매년 서울 5만호 포함 19만호나 된다. 사실상 공급이 불가능해서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지방 분산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지방 일자리에 집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 활력을 위해서는 의료·교육·문화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방에서도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강남 대치동 수준의 학원가가 있어야 한다. 최근 동탄 학원가에 대치동 일타강사들이 강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는 돼야 지방이 주거지로서 매력을 갖는다.

■ 김진유 교수 약력 △한양대 도시공학과 박사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원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 △아시아부동산학회(AsRES) 회장 △국토부 전세피해지원위원회 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한국주택학회 회장 △저서 '도시의 미래'(공저·2024), '전세'(2017) 등 다수
"아파트, 미래에도 핵심 주거… 공급확대·지방분산 동시에" [논설실의 뉴스 진단]
임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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