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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낙관 말고 내수 살려야

자동차 판매 큰 폭 줄어 뒷걸음질
일부 업종 호황에 기대는 건 금물

[사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낙관 말고 내수 살려야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8월 산업활동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나란히 감소했다. 3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줄어 두 달 연속 줄었고, 소매판매도 1.8% 감소해 두 달째 뒷걸음질했다. 두 달 연속 증가했던 설비투자마저 10% 가까이 줄었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석달 만이다.

한 달 수치만으로 경기 흐름이 꺾였다고 단정할 상황은 물론 아니다. 자동차업계의 여름휴가와 일부 업체 파업에 따른 특수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 자동차 생산은 24.8%나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폭 감소를 기록하면서 지표를 끌어내렸다. 설비투자도 7월 선박·항공기 투자가 크게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그 대신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는 오히려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늘었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9월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대로 경기 회복을 낙관하는 것은 섣부르다. 무엇보다 소비가 불안하다. 자동차 생산 차질과 가전제품 선수요 등 일시적 요인이 있었다지만 두 달 연속 감소한 소비를 특수요인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이날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7월 실질임금도 전년보다 0.3% 줄어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지면 소비 회복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 부담까지 다시 커지고 있다.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6%로 넉 달 연속 올라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6.33%,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4.76%까지 뛰었다. 벌이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데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와 투자가 스스로 살아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대외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5% 안팎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국내 시장금리와 환율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제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을 전제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수록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소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단기 부양책에 의존해선 안 된다. 국채 발행을 늘려 경기 둔화에 대응하다 시장금리를 더 밀어 올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한정된 재정은 취약계층과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고 불요불급한 상시지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누차 지적했듯이 투자 역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만 기댈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공장과 설비에 돈을 쓸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인허가 개선책이 필요하다. 현장의 투자 걸림돌을 과감하게 걷어내야 하는 것이다.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취약차주와 한계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당국은 부실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고 금융권의 손실흡수 능력도 보강해야 한다.

8월의 '트리플 감소'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시적 요인이라며 경기 회복을 낙관할 상황도 분명 아니다.
9월 지표가 예상대로 반등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한 달의 반등이 아니라 회복의 지속성과 강도, 확산 여부다. 실질임금 하락과 가계의 이자 부담, 기업 투자 위축 등 내수의 취약점을 하나씩 도려내고 고금리 장기전에도 견딜 수 있는 경제체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와 수출의 온기가 소비와 투자까지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 지금 정책의 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