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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첫발 뗀 한국…美 관세·비관세 압박 완화 '청신호'

대미투자 첫발 뗀 한국…美 관세·비관세 압박 완화 '청신호'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6.7.2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이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지난해 한미 관세 합의 이후 이어져 온 대미 통상 협상이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비롯해 미국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까지 후속 투자사업의 큰 틀도 제시되면서 한국이 미국의 투자 요구에 실제로 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심은 대미 투자 이행이 미국의 추가 관세·비관세 압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린다. 특히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어, 한국이 투자 이행에 첫발을 뗀 만큼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15% 관세 상한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미 투자 첫발…301조 관세 발표 시계도 다시 돌아간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전날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첫 프로젝트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인 'Project Star'를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대형원전 8기 건설을 위한 'Project Power' 원전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LNG 사업인 'Project North'에 대한 검토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3500억 달러(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포함) 규모 대미 전략투자 MOU 이후 구체적인 사업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국이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내 절차를 거쳐 실제 투자사업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요구해 온 투자 이행에 첫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1호 대미 투자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한동안 뒤로 밀렸던 미국의 301조 관세 관련 절차에도 다시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공급과잉·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에는 철강·알루미늄은 물론 반도체·배터리·화학·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포함돼 있다.

앞서 미국은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적용한 상태다. 공급과잉 관련 조사에서도 추가 관세가 결정될 경우 기존 관세와 더해져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15%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7월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간 15% 상한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다만 301조 조치는 공급과잉이라는 별도의 법적 조사 절차에 따른 것이어서 대미 투자와 관세가 공식적으로 연계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대미 투자 1호 사업이 확정되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투자 이행 여부를 둘러싼 협상 변수가 하나 줄어든 만큼, 향후 301조 조사 결과와 추가 관세 수준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 협상이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대한 한국의 이행' 단계로 넘어간 만큼, 한국 정부로서는 우호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텍사스 발전·원전·알래스카 LNG…'투자 이행' 시작, 15% 관세 사수는 변수

이번에 발표된 대미 전략투자는 에너지 분야에 집중됐다. 1호 사업인 Project Star는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투입해 6472메가와트(M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와 텍사스 지역의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예상 전력가격 등을 종합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장기 운영·정비 등 사업 전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해 단순한 자금 투자를 넘어 미국 에너지·AI 인프라 시장 진출 기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원전 분야에서는 한미전략투자 기금 최대 120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국 내 대형원전 8기를 건설하는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AP1000 6기 건설을 추진하고,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원전 프로젝트는 향후 별도의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알래스카 LNG는 아직 투자 확정 단계가 아니라 사업 검토에 착수하는 수준이다. 향후 사업성이 확인될 경우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의 참여 여건을 조성하고, 장기 LNG 구매계약과 한국의 우선적 접근권 등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한국의 투자금 회수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전체 프로젝트의 수익을 통합 관리하는 I-SPV와 개별 사업별 P-SPV를 활용하고, 한국이 전체 투자금의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프로젝트별 한미 수익배분을 5대5로 유지하는 리스크 풀링 구조를 적용한다.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라는 직접투자 한도 역시 운영계약에 명시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발표가 15% 관세를 둘러싼 한미 협상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일지는 미국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한국은 대미 투자의 첫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미국이 요구해 온 투자 이행의 출발점을 마련했지만, 301조 공급과잉 조사 결과는 투자와 별개의 법적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301조 공급과잉 조사를 통해 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지난해 합의한 15% 상한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이 투자 이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301조 관세가 기존 합의의 실질적 균형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될 경우, 이번 대미 투자 발표는 양국 간 통상 협상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김수동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경제안보 통상연구실 단장은 "시간이 걸리고 진통도 있었지만, 첫 프로젝트가 구체화하고 실제 실행을 관리할 협의체까지 구성된 만큼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미 투자 이행을 이유로 한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압박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앞으로 실제 투자 집행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되거나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긴다면 미국이 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올라와 이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