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1조 달러 수출국' 초읽기…11월 말~12월 초 韓 수출사 새로 쓴다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이 8145억 달러에 달하면서 앞으로 1855억 달러를 추가하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 고지를 밟게 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1조 달러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9월 수출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 달러도 넘어섰다.

정부도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가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남은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1조 달러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호황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855억 달러 남았다…세계 수출 4강 진입도 주목

4일 산업통상부의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209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5%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이 1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8145억 달러로 늘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 7093억 달러를 9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연간 1조 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1855억 달러다. 10~12월 월평균 약 618억 달러를 수출하면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지난 6월 1019억 6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7월 991억 9000만 달러, 8월 982억 8000만 달러, 9월 1209억 4000만 달러 등 4개월 연속 9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어 현재 흐름대로라면 연말 이전 달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지난달 올해 수출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KOTRA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 수출액은 1조 404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전 세계에서 연 수출 1조 달러를 넘긴 국가는 중국, 미국, 독일 등 3개국밖에 없으며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도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최근 3개월의 수출 흐름을 감안하면 1조 달러 달성 여부보다 시점에 관심을 둘 단계라고 평가했다.

강 실장은 "최근 3개월의 추세로 본다면 1조 달러 달성은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고 오히려 언제냐, 시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두 달 정도 계속 1000억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면 11월 말, 12월 초에도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수출 1조 달러와 함께 세계 수출 4강 진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상품 수출 순위는 세계 8위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5위로 뛰어올랐다. 상반기 수출액은 네덜란드가 5315억 달러, 한국이 4967억 달러로 격차는 348억 달러다.

한국의 수출 증가세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분기별 수출액은 올해 1분기 2209억 달러에서 2분기 2753억 달러, 3분기 3184억 달러로 매 분기 증가했다.

한국이 1조 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현재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네덜란드와의 격차를 좁히며 글로벌 수출 4강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순위는 네덜란드의 하반기 수출 실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출 1조 달러' 이끈 반도체…내년 상반기까지 호조 전망

1조 달러 수출 시대를 눈앞에 두게 한 최대 동력은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공급 제약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1~9월 반도체 수출액은 34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8145억 달러의 약 41.8%를 차지했다. 9월 한 달 반도체 수출액만 603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62.8%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간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부는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 실장은 "현재 흐름으로 보면 업계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는 좋을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다"며 "9월까지도 단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물량도 더 많이 늘었다. 남은 기간 단가가 다소 하락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물량도 더 증가할 여지가 있어 반도체 수출 호조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외 기관에서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망에서 "D램 공급제약은 2027년 하반기~2028년, 낸드플래시 공급 제약은 2027년 상반기 이후에 해소될 전망"이라며 "범용 D램 가격은 2026년 4분기까지 상승한 후 2027년 상반기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2027년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해외 시장조사업체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HBM과 기존 D램이 제한된 첨단공정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세대 제품의 수율 개선과 생산량 확대에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2027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HBM 평균 판매가격도 전년 대비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 역시 "메모리 시장은 강력한 가격 상승세를 앞세워 2026년을 맞이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 부문에서 수급 불균형이 2027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