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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배꼽이나 귓바퀴 등 신체 특정 부위에 축적된 고유의 체취로 진단이 까다로운 파킨슨병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땀이나 피지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분석해 질환 유무를 가려내는 새로운 비침습적 진단 기술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4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독일 연구진은 배꼽, 콧속, 외이도(귓바퀴 안쪽) 등 평소 비누나 향수 등의 영향을 덜 받는 부위의 체취를 채취해 레이저 분광법으로 분석한 결과,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고유의 화학적 패턴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파킨슨병은 단일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만으로 확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성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환자의 증상 관찰과 병력 청취, MRI 등을 통한 배제 진단에 의존하다 보니 최종 진단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앞서 스코틀랜드의 조이 밀른이라는 여성이 남편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기 약 10년 전부터 특유의 냄새를 감지해 화제를 모았고, 이후 에든버러 대학의 실험을 통해 놀라운 정확도로 환자의 체취를 구별해내며 과학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후각 기반 진단'을 실제 객관적인 화학 분석 기술로 구현해낸 셈이다.
인체는 매일 피지와 땀, 각질을 분비하며, 음식 섭취나 복용 약물에 따른 대사 부산물은 호흡, 소변, 침뿐 아니라 피부 분비물로도 배출된다. 일반적인 부위는 씻는 과정에서 냄새 성분이 씻겨 내려가지만, 배꼽이나 귀 주변은 일상적인 세정 후에도 체취 성분이 비교적 온전하게 축적돼 인체 고유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분석에 최적의 부위로 꼽힌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6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6명, 코로나19 환자 6명, 건강한 대조군 6명 등 총 24명을 대상으로 해당 부위의 면봉 검체를 채취했다. 검체에 고순도 공기를 분사해 방출된 휘발성 성분을 레이저로 분석한 결과, 각 질환군별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화학적 지문' 패턴을 확인했다. 몇 주 후 진행된 추가 추적 검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됐다.
이번 연구는 표본 수가 적은 개념 검증 단계이지만, 피부를 절개하거나 복잡한 장비 없이 면봉 채취와 레이저 분석만으로 질환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연구진은 향후 노화에 따른 체취 변화와 질환 고유의 냄새 패턴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대규모 동연령대 대조군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비누·향수 등 일상적인 생활 환경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정밀 진단 시스템 구축을 이어갈 방침이다.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뇌 속 흑질에 존재하는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며 발생한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인데,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엉켜 뭉친 '루이소체'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노화와 유전적 결함, 환경 독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 위험을 높인다.
문제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50~60% 이상 파괴될 때까지 전형적인 운동 이상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전조 및 운동 증상으로는 가만히 쉴 때 손발이 떨리는 '안정 시 떨림', 걸음 폭이 좁아지고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서동증(동작 느림)', 관절이 뻣뻣해지는 '근육 강직', 중심을 잡지 못해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특히 이러한 운동 증상이 본격화되기 수년 전부터 후각 저하, 렘수면행동장애 등 수면 이상, 만성 변비, 우울감 등 비운동성 증상이 먼저 나타나 단순 노화로 오인하기 쉽다.
현재로서는 소실된 신경세포를 완전히 되돌리는 완치법은 없지만, 조기에 발견할수록 증상 조절과 일상 기능 유지가 훨씬 유리하다.
치료는 뇌 속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수용체를 자극하는 레보도파 등의 약물 요법을 우선 적용한다. 만약 장기 복용으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거나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뇌 특정 부위에 전극을 심어 이상 신호를 제어하는 뇌심부자극술(DBS)을 고려할 수 있다. 여기에 굳어가는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보행·작업 재활 치료를 꾸준히 병행해야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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