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사설] 200조 미래대응기금, 국회 통제 오히려 강화해야

30% 자체 변경 한도 재검토를
개혁 실패 佛 악순환 반면교사

[사설] 200조 미래대응기금, 국회 통제 오히려 강화해야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이 지난달 11일 오후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운용 재량권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최근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미래기금이 국회의 재정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경기와 세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금은 내년 162조원 규모로 시작해 200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 원칙과 견제 없이 정부 편의대로 사용돼선 안 될 막대한 국민 혈세다.

문제가 된 것은 기금 지출을 국회 의결 없이 30%까지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특례다. 이대로라면 내년 사업비 45조4000억원을 기준으로 최대 13조6000억원가량을 정부 판단으로 바꿀 수 있다. 통상 30% 한도는 지출 변동이 큰 금융성 기금에 적용한다.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등 사업성 지출이 대부분인 미래기금에 이런 예외를 둘 근거가 충분치 않다. 세수 결손 때 추가경정예산 없이 기금 여유재원을 일반회계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한 특례도 마찬가지다. 세입이 줄면 지출 항목과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고, 이는 당연히 국회 심의 대상이다.

더 근원적인 우려는 기금의 재원과 지출 구조다. 미래기금의 핵심 재원은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 가운데 최근 10년 증가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세수도 금세 줄어든다. 반면 청년 일자리와 주거, 장학금, 지방 지원 등 한번 시작한 사업은 다시 줄이려면 엄청난 저항이 따른다. 수입은 들쭉날쭉하는데 지출만 고정되는 구조는 재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반짝 세수로 상시적인 지출부터 늘렸다가 세수가 꺾이면 결국 일반회계나 국채로 메워야 한다. 세수가 잘 걷힐 때라면 새 사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빚을 갚는 것도 중요하다. 나랏빚을 줄일 기회를 놓치고 지출 구조부터 키우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선택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국채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프랑스의 금리 상승은 유독 가파르다. 최근 프랑스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0년물의 독일 국채 대비 금리 차도 1.3%p에 이른다.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급기야 전통적으로 재정 위험국으로 여겨졌던 이탈리아보다 웃도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때 유럽의 대표적 안전자산이었던 프랑스 국채가 이 지경까지 몰렸는데, 곱씹을 대목이다.

시장은 프랑스 재정을 의심하고 있다.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대 중반에 이르고 국가채무는 119%를 넘어섰다. 공공지출은 GDP의 57.2%로 유로존 평균보다 7.4%p 높다. 연금과 보건 등 사회보장 지출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올해 성장률은 0%대에 머물 것이라는데 정치권은 재정개혁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과거 낮은 금리로 조달한 국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서 이자 부담도 커졌다. 빚이 금리를 올리고, 오른 금리가 다시 재정을 압박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미래 산업에는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존 예산 사업을 기금으로 옮겨 담거나 지원 대상을 넓혀 상시 지출을 늘려서는 안 된다.
세수가 줄면 지출도 자동 조정되는 장치가 필요하다. 30% 자체변경 특례도 전면 재검토하고, 일정 규모 이상 변경에는 국회 사전 심의를 못 박아야 한다. 세수가 잘 걷힐 때 빚을 줄이고, 재정 여력이 줄어들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