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무조정 재신청 3만명 육박
선별 강화와 경제자립 지원 필요
(출처=연합뉴스)
정부가 '빚 탕감'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도덕성 해이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는 '포용 금융'이다. 포용 금융 관점에서 채무조정을 실시하면 연체와 추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빚에 짓눌린 사람이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돕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정책의 부작용이 이런 장점을 상쇄한다는 우려도 크다. 대표적으로 다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이 올해 3만명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채무조정 재신청자는 2만7864명이다. 지난해 전체 재신청자(3만3718명)의 82.6%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속도라면 연말까지 전년도 수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채무탕감은 재기를 돕는 것이 주요 취지다. 그런데 올해 빚 탕감을 받은 자가 또 신청한다면 현행 채무조정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구제 대상이 넓어지고 채무를 탕감 받았다가 또 신청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면 신청자가 더 몰리는 건 명약관화하다. 이런 혜택은 도덕적 해이를 낳아 금융 약자를 돕는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빚을 탕감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 상환 의지는 약해지고, 새로 빚 내는 일도 쉽게 여긴다.
이렇게 개인에서 비롯된 금융 부채를 정부가 털어준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해온 사람들이 지게 된다. 더구나 원리금을 갚아온 사람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회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물론 최근 국내외 금리 기조는 고금리로 전환되고 있다. 전반적인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 많은 가계는 이자 비용이 더 늘어나 금융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고금리 시대를 대비해 서민들의 금융 리스크를 선제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빚 탕감을 해주면 금융 부채를 낮출 수 있다는 근시안적 정책 태도는 바꿔야 한다.
채무 탕감 위주의 정책에 주로 기댈 게 아니라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빚을 털어줘도 계속 빚이 쌓이는 것은 소득이 지출에 못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지금 당장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두고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빚 탕감 외에 소득 연계 프로그램 등 복합적 지원을 강구하기 바란다.
아울러 채무조정이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도 신중해야 한다.
탕감은 엄격한 선별을 거쳐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채무 탕감을 신청하는 자는 상환 능력 점검과 소득·취업 지원을 의무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성실 상환자가 손해 본다는 인식이 퍼지지 않아야 정책 신뢰가 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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