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으로 증인 채택 반복돼
정책 검증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길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 피감기관 직원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정부 들어 두번째 국정감사가 6일 막을 올렸다.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과 정책 집행을 감시하고 국민 삶에 닿는 문제를 바로잡는 제도다. 그러나 출발선부터 우려가 앞선다. 정책 검증의 장에서 여야 간 정쟁과 증인 망신주기라는 낡은 관행이 올해도 되풀이될 조짐이 보인다.
특히 매년 되풀이되는 기업인 소환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재벌 총수를 소환하려는 시도도 반복됐다. 정치권은 올해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결정 과정에 정부의 외압이 있었는지 묻겠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두 사람은 최종 명단에서 빠지긴 했다.
국감 시작 전부터 그룹 회장 출석 여부로 기업을 쥐락펴락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투자사업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먼저 따져야 할 대상은 정책을 구상하고 주도하는 정부 당국일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결정한 그룹 회장부터 불러 세우는 것은 사실관계 확인을 빙자해 외부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연출이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중대한 사안의 경우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국감장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못 부를 것은 없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쿠팡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높고 관심이 워낙 큰 사안이어서 핵심 책임자를 불러 사안을 따질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입점상인의 피해를 묻기 위해 최고 책임자를 불러 책임 소재와 향후 입장을 묻는 것도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려는 의도에 있다. 소비자와 국민의 피해와 직결되는 현안에 대해 국감에서 소상히 밝히려는 목적이라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기업 총수도 국감장에 출석시켜야 마땅하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보면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이름이 알려진 기업인을 일부러 증인으로 불러 호통과 질책을 일삼은 일이 자주 있었다.
그룹 최고 책임자에게 사업 전반의 책임과 의사결정 과정을 물을 수는 있다. 그러나 구체적 계약이나 실무 절차까지 답변을 얻어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막무가내로 기업인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경쟁을 벌인다.
국감의 목적은 결국 민생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하지 않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민생을 챙기는 일이다. 기업은 경영활동을 열심히 해 일자리와 투자를 일으켜야 한다. 그 책임자는 한시도 쉴 틈이 없이 바쁘다. 정치적 목적으로 국감에 불려나가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출석 증인에 대한 질의의 수준도 개선돼야 한다. 국감장에서 질의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다. 우여곡절 끝에 기업인을 국감장에 불러 놓고 허무한 질문 몇개를 던지고 끝나는 경우들이 있다. 증인이 답변할 범위를 넘어선 질문 공세를 퍼붓는 일도 허다하다. 증인 채택 기준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안을 직접 담당한 실무책임자 중심으로 증인을 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질의 목적도 분명히 밝혀 불필요한 출석 요구를 줄여야 한다. 소모적인 기업인 증인 채택은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인에게도 물을 것이 있겠지만, 정치적 논리로 이유도 없이 불러내어 망신을 주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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