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산업부 차장
삼성전자가 성과급 후폭풍으로 거센 진통을 겪고 있다. 역대급 실적잔치의 그늘에서 성과보상 방식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균열과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약 100배까지 벌어진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 간 성과급 차등은 '노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DS부문의 성과급은 평균 약 6억원이 지급되는 반면 DX부문 성과급은 수백만원대에 그치면서 DX부문이 다수인 삼성전자 노조 '동행'은 집단행동을 본격화했다.
DS부문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회사 방침에 따라 메모리사업부에서 파운드리나 시스템LSI로 전환 배치된 우수 인력들이 성과 보상에서 외면당하면서다. "강제로 옮겨놓고 적자 부서라고 차별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파운드리 직원의 8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올 정도다. 실제 미세공정, 메모리 설계 기술을 보유한 석·박사급 핵심인재 상당수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컨설팅사를 통해 성과급 보상체계 재점검에 나섰지만 뚜렷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한 것을 '넘지 말았어야 할 선'으로 지적한다. 통상 반도체 산업은 초호황기에 자본을 축적, 불황기에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재원으로 활용한다. 다운사이클을 대비한 자본축적이나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할 재원이 연동형 성과급만큼 줄어든다.
당장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 거세다. 최근 '반도체 호황의 그림자'를 취재하면서 전문가들이 진단한 한국과 중국 간 D램 기술격차는 불과 2~4년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막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들이 공장 증설을 통해 양산을 본격화하는 2028년 하반기부터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두 달 뒤로 다가온 올해 성과급 협상은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2개 이상의 복수 노조와 협상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각 노조의 법적 지위와 대표성 인정 여부부터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중재자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로 방치하거나 임시방편적 중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의 보상철학 재정립과 함께 정부의 지혜로운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사상 최대 실적 환호 뒤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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