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사노위 복귀표결 무산
메가특구·AI 쟁점 해결 창구 필수
출처=연합뉴스
노동 현안이 쌓여 가는데 이를 풀어낼 사회적 합의기구의 역할이 안 보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사정이 한자리에 앉아 갈등을 조율하라고 만든 틀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27년째 한 축이 빠진 '반쪽' 기구로 굴러가고 있다. 경사노위 완전체 가동이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기대됐던 민주노총의 합류도 또다시 멈춰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합의제 운영 등 주요 조건으로 복귀 여부를 표결에 부치려 했다. 그러나 반대파 270여명이 자리를 떠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무산됐다.
이번 민노총의 표결 무산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경사노위의 조건으로 중대한 안건을 내걸고도 반대파 거부로 무산시켰다. 과연 경사노위에 합류할 의사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간다. 중차대한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노조의 '묻지마 반대'로 노동현장만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민노총의 합의 의사가 확정되더라도 경사노위의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바로 경사노위가 형식적 의사결정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합의제 방식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가 정상 가동만 될 수 있다면 필요한 조건들은 긍정적으로 수용할 태도다. 그럼에도 경사노위는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대변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기구여서 한목소리로 입장을 정리하는 게 수월치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노동현장은 노사 간 갈등과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근로 손실일수는 48만9190일이다. 지난해 총 39만4000일을 이미 9만5000여일 넘어섰다. 연말까지 합산하면 2017년(86만2000일) 이후 9년 만에 최대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가동해 불처럼 번지는 노동 갈등을 풀어야 할 시점이란 얘기다.
최근까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 갈등과 파업이 고조되고 있지만 앞으로 노사 간 충돌할 쟁점은 더 많다. 정부는 메가특구에 노동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인공지능(AI) 도입 확대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확산은 일자리의 형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정년 연장, 플랫폼·프리랜서 보호처럼 노사 간 이견이 큰 과제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느 하나도 노사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노동 현장이 갈등의 늪에 빠지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돌아간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경사노위의 정상화는 중차대한 과제다. 지금이 완전체 경사노위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란 심정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진심으로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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