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부진
거세진 中 공세, 대응책은 혁신뿐
(출처=연합뉴스)
수출의 양대 주력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글로벌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고, 자동차는 국내외 시장 위축이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앞으로 7년간 155억달러(약 20조8000억원)를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현지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한국 차 산업이 현재 방식으론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전 세계 판매 3위 완성차그룹에 이름을 올린 뒤 4년 연속 '빅3' 위상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자리에 오른 만큼 경쟁과 견제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 전기차다. 중국 BYD가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파죽지세로 휘젓고 있다. 중국 내수부진을 수출로 메우려는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우리 기업들과 경합 중인 유럽 등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 한다. 노사 갈등도 숙제다. 매년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는가 하면 공정혁신마저 노조의 발목 잡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현대차의 올해 1~9월 글로벌 판매는 288만6000여대로 지난해보다 7.0% 줄었다. 국내 판매는 44만8000여대로 16.3% 급감했다. 최근에 없던 일이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을 떠받쳐 온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 한계가 온 것 아닌지 우려되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힘겨운 일이지만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현대차가 글로벌 '톱3'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려면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 기술혁신과 더불어 신시장도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정 회장이 인도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저가 차 밀어내기로 해외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전기차의 견제에 대응하려면 선제적 투자로 맞서야 한다. 나아가 연구시설 강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도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다.
통상환경에 대한 정부의 꼼꼼한 대응도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발효 이후 한국 수출품 5185개 품목 중 47.7%가 역내 경쟁력 지표가 하락했다. 이 가운데 승용차(0.26→0.03)와 전기차(0.82→0.50)가 두드러지게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 자동차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수출 대상국의 관세장벽에 막히면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국내 농어업계의 반발이 거세 CPTPP 가입 신청이 지연되고 있다.
국내 농어민 피해를 보완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관세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위기라고 여길 때 혁신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기업의 기술혁신과 정부의 통상 해법이 속도를 낼 때 한국 자동차 신화도 이어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