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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동 멈춘 원전 4기, 계속운전 허가 속도 내야

재가동 첫 관문 7년 끌다 겨우 넘어
기회비용 2조원, 심사 속도 높이길

[사설] 가동 멈춘 원전 4기, 계속운전 허가 속도 내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호기 모습./사진=뉴스1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15일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지난달 11일 처음 상정된 뒤 세 번째 심의 만에 통과됐다. 이들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나 모두 가동을 멈춘 상태다. 재가동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다만 이날 처음 상정된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전략과 관련 설비·이행 체계를 담은 문서다. 계속운전 허가와는 별도 절차이지만 심사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치는 주요 선행 절차다. 지난해 11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고리 2호기도 한 달 앞서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받았다.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는 이르면 다음 달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심사가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2019년이다. 승인까지 7년이 걸렸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와 원안위 산하 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이미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도 원안위는 지난달 두 차례 결론을 미뤘다. 기술검토를 마친 안건이 위원회 문턱에서 멈춰 선 것이다.

심사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컸다. 고리 3호기는 2024년 9월, 4호기는 지난해 8월, 한빛 1호기는 지난해 12월, 2호기는 지난달 가동을 멈췄다. 이들 원전 4기의 가동중단으로 판매하지 못한 전력의 기회비용은 약 2조원에 이른다. 하루 약 51억원씩 손실이 불어나는 셈이다. 계속운전 기간을 허가일이 아닌 기존 운영허가 만료일부터 계산하는 것도 문제다. 심사가 늦어질수록 실제 가동기간이 줄어든다. 13일 국정감사에서도 심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사를 기다리는 원전도 적지 않다. 한울 1·2호기와 월성 2·3·4호기 등 5기가 대기 중이다. 월성 2호기는 다음 달 설계수명이 끝난다. 이번에 의결된 4기를 합친 9기의 설비용량은 7.8GW로 국내 원전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반면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반영, 2040년 최대전력 수요를 158~165GW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60~70% 많은 규모다. 첨단 산업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24시간 일정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전원인 원전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원전 안전에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결론을 미룬다고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검토가 끝났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지 않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 심사의 중복 절차를 줄이고, 설계수명 만료 5~10년 전부터 두 절차를 연계해 검토하는 등 제도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