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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의 월드뷰] 美 외교 기조 변화에 우크라이나 불확실성 고조

러 경유 수입 등 일부 제재 완화에 우크라 반발
중간선거 앞두고 국내 물가 안정이 우선시 때문인듯
스타실드 차단·정보 공유 중단 논란, 우크라 전쟁 장기화 우려
젤렌스키, 러 정유시설 계속 공격 시사로 맞불

[윤재준의 월드뷰] 美 외교 기조 변화에 우크라이나 불확실성 고조
지난해 10월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14 분리 무인항공시스템연대의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장거리 드론 An-196 리우티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이 일론 머스크의 군용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실드(Starshield)' 접속 차단과 미국의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중단이라는 유례없는 제한 조치로 큰 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민간인들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접속 제한은 워싱턴과 키이우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영국의 한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미국 정치권의 대립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직설적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스타실드 연결은 다음날 다시 복구됐으나, 야간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필수적이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우방이 되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키이우 전역에 확산되었다.

머스크는 위성 차단 결정이 미국 국방부의 소관이라고 주장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정보 공유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솔직함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기조 변화 배경에 다음달 예정된 중간선거와 국내 경제 문제가 깔려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러시아 제재를 일부 완화하며 러시아산 디젤(경유) 수입 계약을 발표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미국 내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나약한 결정"이라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내 디젤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지적했다.

트럼프와의 관계를 회복한 머스크 역시 우크라이나의 대러 공격 전략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바스 대학교의 데이비드 갈브레이스 전쟁·기술학 교수는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선 넘은 행동'이라 언급한 지 며칠 만에 스타실드 차단이 발생했다"며 이를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럽외교관계상황실(ECFR)의 마이다 루제 선임연구원은 "공화당이 높은 에너지 가격과 물가 부담으로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유시설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젤렌스키가 물러날 때"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스타실드와 스타링크 등 위성 통신망이 끊길 경우 우크라이나 군의 중거리 드론 운용 및 러시아 드론 격추 시스템이 마비되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우크라이나의 인권운동가 올렉산드라 매트비추크는 "위성망이 없으면 러시아 드론이 주거지, 병원, 학교를 사격장의 표적처럼 공격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피가 미국 기업과 관계자들의 손에 묻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한편, 트럼프와 머스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초 미국의 에너지 휴전 요구에 일부 응하는 듯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대한) 자제는 끝났다.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의 작전 능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푸틴)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위성 정보와 스타링크, 무기 구매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인 만큼, 트럼프와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지원이 한층 더 줄어들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