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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블루타이드 완성되나… 브라질의 선택은 [글로벌 리포트]

브라질 대선, 25일 결선투표
'좌파 대부' 룰라, 1차 투표 패배
보조금 인상·부채 탕감·주5일제 등
민생 지원책 쏟아내며 역전극 노려
'젊은 우파' 보우소나루, 정권 심판론
군소 후보들 표심까지 빨아들여 승기
경제·치안 불안 속 강한 공권력 강조

중남미 블루타이드 완성되나… 브라질의 선택은 [글로벌 리포트]
룰라 노동당(PT) 후보 AFP연합뉴스
중남미 블루타이드 완성되나… 브라질의 선택은 [글로벌 리포트]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중남미 블루타이드 완성되나… 브라질의 선택은 [글로벌 리포트]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일 25일(현지시간)을 일주일 남겨 놓은 18일(현지시간). 여야 양측은 여전히 막판 접전중이다. 좌파·사회주의 세력(핑크 타이드)의 장기 집권과 경제 침체에 반발한 민심 속에서 우익·보수주의 세력의 연이은 재집권이 이어지는 중남미의 블루 타이드(Blue Tide) 추세가 브라질까지 확산될 지에 세계 이목이 쏠렸다. 우파 성향의 자유당(PL)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하면 중남미 블루타이드, 우파 집권 물결의 완성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에 이어 중남미 최강국 브라질의 합류는 상징적이다. 반면, 룰라가 이긴다면 거센 우파 집권의 물줄기를 되돌리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치러진 모든 중남미 대선에서 승리한 우파의 압도적 기세가 어디까지 갈까.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 '예상 밖 패배'로 일격을 당한 80세 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노동당(PT) 후보. 룰라는 45.16%를 얻어 47.03%의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에게 패배했지만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득표율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득표율 차는 1.87%p, 222만표 차였다. 결선 투표도 1~2%p 내에서 승부가 갈리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룰라 측은 '독재 회귀를 막는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측은 범죄 확산 방지, 민생 경제 정상화 등을 부각하며 집권 노동당 부패 의혹을 공략했다.

선거 풍향계가 45세의 젊은 2세 정치인 보우소나루를 가리키자 룰라 측은 최근 보조금 인상, 유류세 인하, 소상공인 부채 탕감, 대학생 복지 지원금 인상 등 일련의 민생 지원책을 쏟아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15일 '주5일제' 법안 통과를 주도했고, 공장 노동자 출신 룰라는 소셜미디어(SNS)에 이를 "노동자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가디언·르 몽드·도이체벨레 등 외신들은 룰라 측이 대선 캠페인에서 다시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룰라 측은 주말 대중교통 무료 이용안도 들고 나왔다.

■민생지원책으로 뒤집기 나선 룰라

그동안 브라질 사회의 거대한 우경화 물결, 무너진 서민 경제 상황 등이 룰라의 재집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어 왔었다. 1차 투표 이후 각종 결선 여론조사들은 일제히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점치는 상황에서 룰라 측의 '주5일제' 등 '민생 지원책 종합세트'란 반격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1989년 민주화 이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결선에서 패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선례가 깨질 수 있을까.

결선 투표를 코 앞에 둔 여론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 이지만 모두 보우소나루가 이겼다. 14일 콰에스트 발표에서 46% 대 44%로, 다타폴랴의 15일 발표에서도 51% 대 49%로 룰라가 졌다. 그래도 일주일전 4%p였던 격차가 줄었다. 통산 4선을 노리는 룰라는 농촌 지대인 북동부, 가난한 계층, 가톨릭 신자 등에서 강세를 보였고, 도전자는 대도시가 밀집한 남동부, 중산층, 복음주의 신자들 사이에서 우세를 가져갔다.

룰라 측이 치열하게 따라붙고 있는 가운데 탈락한 군소 후보들의 사표(死票)도 보우소나루 쪽을 향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에 경제 상황도 룰라에 불리

거세지는 정권 심판론도 룰라 역전에 걸림돌이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5.3%) ,사상 최고 수준의 평균 소득에도, 체감 경제는 밑바닥이다. 서민 경제를 표방했지만 더 높아진 생활비 부담 등 고물가에 가계부채 증가로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다. 룰라 정부가 사회복지 프로그램 볼사파밀리아(Bolsa Familia)의 지급액을 15% 높이고, 2018년 합법화된 뒤 가계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된 온라인 도박을 금지하는 등 애를 썼지만, 정권 심판론에 경제 활성화를 원하는 자영업 및 중산층의 요구가 커지면서 이에 호응한 보수 우파측의 주장이 오히려 힘을 받고 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82%을 넘는 등 재정 적자가 불어나면서 좌파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피로감과 비판도 커졌다. 이를 비집고 보우소나루는 감세와 긴축, 재정 건전성 회복 등 '경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도층 표심에 끌어당기고 있다.

사회 전반의 보수화, 우경화 흐름과 개신교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폭발적 성장은 보우소나루 약진에 추동력이 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에서 복음주의 인구는 35%로 가톨릭 인구(30%)를 제치고 제1 세력이 됐다. 이들은 낙태 반대, 전통적 가족 가치 등 문화 보수주의와 개인의 노력을 통한 세속적 성공을 긍정하면서, 보수 가치와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야권 진영에 강력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했다.

강력 범죄 증가 등 치안 불안 속에서 보우소나루는 강력한 처벌과 질서 회복 등 강한 공권력 회복을 약속하면서 지지 반경을 넓히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단호한 강력범죄 대응 등을 주장하며 형량 연장과 총기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선량한 시민은 범죄자로부터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사회 보수화·복음주의 약진

싱크탱크 제툴리우바르가스 재단(FGV)의 자이루 니콜라우는 거대한 우파 물결이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이언 윈터 '아메리카스쿼터리' 편집장은 "이제 브라질은 중도 우파 국가"라면서 "룰라가 자라온 브라질은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자리에 "대형 교회, 쇼핑몰. 카우보이 모자가 있는 브라질이 등장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 공통점이 많은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거울 속에 브라질'을 쓴 펠리페 누네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4~2023년 우파라고 생각한 브라질 국민은 26%에서 37%로 는 반면 좌파라고 응답한 비율은 29%에서 23%로 줄었다.

정치권 부패 현안도 보우소나루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야당은 집권당 PT의 부패 구조를 부각시켰다. 최근 불거진 '대법관사건'은 적잖은 중도층이 룰라 정부에 등을 돌리게 했다. 스캔들 중심에는 브라질은행 '방코 마스터'의 전 소유주 등과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으로 조사 받고 있는 알렉상드르 데 모라에스 대법관이 있다. 모라에스는 보우소나루 후보의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사건 판결을 지휘해 27년 형을 내리게 해 '룰라측 사람'으로 통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2022년 재선 선거에서 2%p 차이로 패배한 뒤 결과를 뒤집으려다, 지난해 쿠데다 모의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지만 보수층에 단단한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다.
아들 보우소나루에 대한 지지 배후에도 자이르의 힘이 작용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감세와 강력한 범죄 대응 등 아버지의 기존 정책을 큰 틀에서 따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언행에서는 온건한 측면을 부각시켜 중도층의 외연을 넓혀왔다. 그는 "농업과 농민을 억압하는 국가 손길을 거두겠다"면서 급성장중인 농업기업 등 농업카르텔에 어필하면서 경제친화적인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남미 블루타이드 완성되나… 브라질의 선택은 [글로벌 리포트]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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