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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지역안배에 밀린 금융 경쟁력

[강남視角] 지역안배에 밀린 금융 경쟁력
김경아 자본시장부장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고 금융산업의 경쟁력까지 따라갈까. 공공기관의 주소는 정책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의 흐름과 인재의 이동까지 정부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금융은 건물이나 조직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자본, 정보가 모여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부펀드 운용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마저 이전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범 21년 만에 노조가 출범하고 반대성명까지 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명분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다. 다만 금융산업까지 일반 행정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 금융은 대표적인 집적산업이다.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 연기금, 회계법인, 법무법인이 긴밀하게 연결돼 움직인다. 수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나 기업 자금조달에도 다양한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보와 신뢰, 인적 네트워크는 금융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정부가 간과하기 쉬운 대목도 여기에 있다. 금융기관의 이전은 행정적 결정으로 가능하지만 민간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의 이동은 경제적 판단에 달려 있다.

앞서 부산 금융중심지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이 해양·파생금융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키운 성과는 분명하나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확인됐다.

금융위와 국부펀드인 KIC의 기능적 차이도 살펴야 한다. 금융위는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라는 행정적 필요성이 존재한다. 반면 KIC는 글로벌 자산운용과 해외 투자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산업은행 역시 기업금융과 자금조달 시장에서 민간 금융회사와 긴밀하게 움직인다. 이들을 단순히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이전 대상으로 묶는 것은 산업적 특수성을 외면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인재 문제다. 금융 전문인력은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다. 해외 투자자와의 신뢰 관계, 복잡한 거래를 설계하는 역량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 기관 이전으로 숙련된 인력이 이탈하고 신규 인재 확보마저 어려워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세계 금융시장은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역시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고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어렵게 형성된 금융 네트워크를 지역별로 분산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허브 육성과 기관 분산이라는 두 정책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금융기관이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금융 기능을 육성하고 지방에서도 전문인력이 성장할 환경을 만드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순서가 중요하다. 금융 생태계를 조성한 뒤 기관과 인재가 모이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따져야 할 것은 몇 개 기관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지가 아니다. 민간 자본이 얼마나 유입되고 양질의 금융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의 성과를 이전 기관 숫자나 근무인원으로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과 지방에 금융산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금융허브는 정부가 지정한 주소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고 자본이 흐르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정부가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금융기관의 주소가 아니라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정책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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