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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15 대책 1년, 성적표는 '낙제'

[기자수첩] 10.15 대책 1년, 성적표는 '낙제'
최가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엄두가 안 나고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아 전문가 52명에게 정책 평가를 의뢰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8.9점에 그쳤다. 반타작도 못한 낙제점이다. 최고점은 92점이었지만 2명은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본지 10월 15일자 1·3면 참조>

50점 미만을 준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책의 부작용에 집중됐다. 대출규제로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우고 임대차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공급 부족과 지역별 수요 차이를 외면한 채 수요만 억눌렀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특히 0점을 준 전문가들에게 정책이 잘한 부분을 묻자 답은 "없다"였다. 한 전문가는 "대출규제를 강화해 영끌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한 덕분에(?) 금리를 올려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애초에 대출을 못 받으니 자산시장 건전성만 높아졌다"고 답했다. 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결과를 가계부채 관리의 성과로만 볼 수 있느냐는 반어적 평가다.

반면 50점 이상을 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규제지역을 신속하게 확대하는 등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한 점을 긍정 평가했다. 주택에 집중된 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려 한 방향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정책 전반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70점을 준 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잘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규제 강화로 일관된 정책 방향을 보였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최고점인 92점을 준 전문가 역시 규제지역 확대가 가격 급등과 확산을 억제했지만, 대출규제가 현금 자산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점수 차이는 컸지만 진단은 한곳에서 만났다. 시장과 수요자의 특성을 구분하지 않은 규제 수단은 지나치게 거칠었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와 실수요, 현금부자와 대출이 필요한 무주택자, 강남과 비강남을 같은 자로 재단한 결과 정책의 부담은 약한 고리로 흘렀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무주택 서민은 매매시장 진입이 막힌 데다 전월세 가격까지 오르면서 살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국민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으로 필요한 집을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48.9점이라는 성적표는 더 강한 규제를 주문한 것이 아니다.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한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누구를 막고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더 세밀하게 설계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email protected]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