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정부 시위, 파리 외곽 크레테유에서 불 붙어
시작은 공립학교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교사 없어 수업 차질
프랑스 공교육, 정부의 재정난에 파행...반면 사교육은 건재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빈부격차와 생활고에 대한 항의로 번져
크레테유, 1960년대 파리 인구 분산 위한 대규모 공공 주택단지 건설
1980년대 거쳐 중산층 빠져나가고 저소득층 및 이민자 가구 유입
현재는 낡은 도시에 실업자 넘쳐나는 슬럼화 위기
8일(현지시간) 프랑스 빌 드 마른주 크레테유에서 주정부 건물 앞에 선 시위대가 "우리에게서 학위, 미래, 그 어느 것도 빼앗을 수 없다"고 적힌 팻말(상단)과 "94(빌 드 마른주의 행정구역 번호)도 거리에 나왔다. 우리의 권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9월 17일,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11.7km 떨어진 소도시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직 중인 교사의 최소 절반이 파업 혹은 병가를 이유로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같은 학교 학생들은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거부하며 학교 입구를 봉쇄했다. 이렇게 시작된 저항은 점차 반정부 시위로 변하더니 10월 17일 전국적인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애초에 요구한 것은 교육 환경 개선이었다. 프랑스 '중등교원노조(SNES-FSU)'의 크레테유 지부는 9월 말 성명을 통해 교원 부족으로 2학기가 시작한지 보름이 지난 상황에서 수학과 과학 등 주요 과목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학급당 학생이 상한(35명)을 초과하여 책상과 의자가 부족하고, 특수교육을 지원할 보조 인력도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사실 프랑스의 교사 부족 문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SNES-FSU가 지난 9월에 1033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공립 중·고등학교의 53%에서 교사가 1명 이상 부족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에 따르면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2024~2025학년도 기준으로 교사가 부족해 발생한 수업 결손은 1540만시간이었다. 이는 전체 예정 수업의 7.5%에 달하는 시간이다. 현지 매체들은 교원 임용 시험 합격자가 낮은 급여와 과중한 업무, 수도권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 등으로 매넌 정원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공립학교들은 인력난 외에도 지난 여름 냉방비가 없어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건물 수리를 미루는 등 막대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외신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언급하며 올해 프랑스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에 달하는 부채 비율 (80년 만에 최고) △GDP 대비 44%의 조세부담율(OECD 평균 34%) △GDP 대비 14%의 연금 지출(OECD 평균 9.4%)을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가 공교육에 투입할 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건재하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프랑스 고등학생 1명당 교육비 지출은 1만8127달러(약 2400만원)로, OECD 평균보다 24% 많았다. 이러한 공교육·사교육의 격차는 이번 시위가 빈부격차와 경제적 형평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장된 원인 중 하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시위가 크레테유에서 시작된 이유가 보인다. 프랑스 수도권(일 드 프랑스)에 속한 크레테유는 빌 드 마른주(州)의 주도다. 11.43km² 넓이에 2023년 기준 9만3397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크레테유는 19~20세기 초중반까지 파리에 곡물과 과일, 채소 등을 공급하는 농가와 전원주택이 위치한 작은 농촌이었다. 프랑스 당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 인구 급증과 전쟁으로 파괴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했다. 크레테유에는 1965년부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어 대규모 공공 임대 아파트 단지와 학교·병원 등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중산층이 대부분이었던 크레테유의 인구 구조는 1980년대 전후로 급격히 바뀌었다. 당시 낡은 공공 주택에 살던 중산층은 1977년 프랑스 정부의 단독주택 장려 정책에 따라 교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아울러 현지 당국은 1970년대 석유 파동과 경제난을 맞아 공공 임대 주택 입주 자격을 완화했다. 그 결과 크레테유의 낡은 공공 아파트는 저소득층과 북아프리카 이민자 가구로 채워졌다.
파리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교통 혼잡과 부실한 대중교통으로 인해 도심과 접근성 또한 좋지 않은 편이다. 크레테유는 1990년대, 2010년대의 극심한 실업률 상승기를 거치면서 점차 파리 외곽의 빈민가를 뜻하는 '반리외' 중 하나로 불리게 되었다. 지난 2023년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크레테유의 빈곤율은 23%로 전국 평균(15.4%)를 크게 웃돌았다.
<프랑스 파리와 크레테유 위치>*자료: [AI생성 이미지 - Gemini]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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