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중기벤처부
"위(중소벤처기업부)에서 '원보이스(one voice)'를 내라는 지침이 있어서요. 요청하신 통계는 위에 확인을 받고 전달드리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중기부 산하기관을 취재하다 보면 매번 듣게 되는 말이다. '하나의 또는 일관된 목소리.' 얼핏 들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동안 정부가 진행한 사업에 대한 실적을 물었는데 왜 원보이스가 필요한 것일까.
한 가지 사안에서 여러 부처가 제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으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특히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일관되고 정확한 안내를 하는 일은 정부의 책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의 원보이스다. 하지만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 다른 목소리를 막는 것은 전혀 다르다. 중기부가 산하기관의 자료 제공을 사전 검열하고 막기까지 한다면 이는 단순한 홍보 조율의 문제가 아니다.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질문한다. 중기부가 부진한 정책 실적을 적당히 마사지하거나 아예 통제하기 위해 원보이스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또 부처의 산하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기관의 독창성을 떨어뜨린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산하기관은 소관 부처의 지휘를 받지만 동시에 각자의 업무와 전문성을 갖는다. 현장의 자료와 판단이 부처의 설명과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드러내고 기사로 따져 보는 것과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아는 과정은 정부와 산하기관의 흠이 아니라 행정의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이다.
올해 중기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기관장들의 업무파악 미숙이 도마에 올랐다. 혹시 위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는 중기부의 잡도리가 기관장들의 업무파악을 무디게 한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국회가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이소영 장관에게 산하기관 개선 방향에 대해 답을 달라고 했으니 이번 기회에 산하기관 원보이스 문제도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정부의 원보이스는 국민에게 일관된 설명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 산하기관의 사실관계와 전문적 판단까지 하나의 메시지로 통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보이스로 생긴 일관성은 신뢰를 만들 수 있지만 침묵을 강요해 얻은 일관성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잘못된 정책의 개선이 늦어지는 사이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간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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