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도착 후 행선지 주목
베이징서 시진핑과 정상회담 가능성
내달 트럼프 방중 앞두고 외교적 포석
북중 경제협력·북러 밀착도 의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단둥에 도착하면서 향후 행선지와 방중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미 협상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중국과의 관계까지 복원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에 도착했다. 북한과 중국은 아직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목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단둥에 머물지, 베이징 등 다른 도시로 이동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은 시 주석과의 회담 여부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이동한다면 지난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약 4개월 만에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이튿날인 9월 4일에는 시 주석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고위급 교류와 경제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이번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당시 합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중국 측에서 누구를 영접하거나 면담에 나서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양국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최고지도부의 의지가 확인되는 셈이다. 반면 중국 공산당이나 지방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에 집중한다면 국경 교역과 경제협력 확대에 방점이 찍힌 방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까지 중국 측 영접 인사와 회담 상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중 시점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외신들은 지난 23일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북미 간 접촉에 어떤 역할을 할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난다면 북미 대화 재개 문제도 관심 의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외교적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은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선택한 신압록강대교는 이번 방중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측 연결시설 미비 등으로 12년간 개통되지 못하다 지난 15일 정식 개통했다. 기존 조중우의교와 달리 왕복 4차로를 갖춰 대형 화물차를 이용한 물류 수송에 유리하다. 개통 9일 만에 김 위원장이 직접 이 다리를 이용한 것은 북중 경제협력 복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관련해 접경지역 물동량 처리 능력이 기존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는 북한이 추진하는 지방 산업시설 건설과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재·설비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북중 신압록강대교 개통식. 연합뉴스
북중 관계의 복원은 북러 밀착과도 맞물려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일부 낮출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경계할 유인이 있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실제로 북중 관계는 올해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에 이어 7월에는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달에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됐고, 북한 지방정부 대표단의 중국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관계 복원이 정상외교를 넘어 경제와 지방정부 교류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북중러 협력이 곧바로 일체화된 군사·경제 블록으로 발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군사협력에 무게가 실려 있는 반면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경제적 영향력 유지에 상대적으로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한반도 긴장 고조가 미국·한국·일본의 안보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북 제재 역시 경제협력 확대의 제약 요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최근 북중 교역 정상화와 관련해 대북 제재라는 구조적 제약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더라도 제재 대상 품목의 거래까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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