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앤스로픽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리오 아모데이가 지난해 1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인공지능(AI) 개발업체 앤스로픽이 26일(현지시간) 마침내 기업공개(IPO)를 위한 예비 투자설명서(S-1)를 공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00쪽이 넘는 투자설명서에는 자사 기술이 인류에게 "파괴적이거나 실존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질병을 치료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상세하게 담겼다.
티커명 '앤트(ANT)'로 다음 달 나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될 앤스로픽 투자자들은 일반 주주에게 의결권을 거의 부여하지 않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함께 막대한 재무적, 사회적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AI, 재앙 부를 수도
앤스로픽의 투자설명서에는 상투적인 공시와 크게 다른 92쪽 분량의 '위험요인'이 포함됐다. 스페이스X 공시보다 약 세 배 분량이라고 FT는 전했다.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이 "인류에게 파괴적이거나 실존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화학적, 생물학적 또는 기타 위험한 무기를 개발하려는 악의적 행위자들에게 의미 있는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자사 AI 제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AI 모델이 언젠가 "예기치 않은…종료 저항, 정보 은폐 또는 조작을 포함한 자기 보존적 행동"을 보이거나 "협박"과 유사한 "강압적이고 기만적인"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를 조작하거나 은폐하고, 작동을 멈추려는 시도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스로픽은 이런 위험은 단일 보험사나 보험 산업 전체조차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 위험
앤스로픽은 미국의 AI 규제 정책 역시 위험을 초래할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행정부가 비용을 인상하거나 앤스로픽의 운영 제한, 새로운 규정을 통한 자사 모델 수요 감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초 앤스로픽은 미 국방부로부터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AI를 활용해 목표물을 공격하려던 국방부의 계획에 협조하지 않았던 탓이다.
앤스로픽은 S-1에서 정부 부문 매출이 총매출의 약 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공급
앤스로픽은 AI 가속기 핵심 구성요소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 시설이 미국 밖에 있어 수출입 통제나 제재, 관세 등의 영향에 노출돼 있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AI 가속기 제도 역시 대만 TSMC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이나 군사적 충돌,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수년간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무 성과
S-1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46억달러였던 매출이 올해 9월말까지 9개월 동안 33억달러 이상으로 늘었다. 설립 5년짜리 기업의 직원 1인당 연간 매출이 지난해 660만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성장 이면에는 상당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올해 9개월 동안 총 매출의 25%가 단 5개 고객사에서 나왔다.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한 고객사는 250곳에 불과했다.
앤스로픽은 지금의 가파른 성장은 "초기 단계의 수용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비관했다.
올해 매출 성장세는 후반으로 갈수록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와 2분기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지만 2분기와 3분기 사이 매출 성장률은 50% 수준에 그쳤다.
AI, 인류 패러다임 바꾼다
앤스로픽은 통제 위험을 벗어나면 AI는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다.
AI가 추론, 분석, 종합, 의사결정, 창작 등 인지 능력 자체를 대규모로 양산하고, 필요할 때 즉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혁명, 전기 보급, 반도체 및 인터넷 등장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 모든 경제 부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질병 치료와 과학적 발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알츠하이머나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법을 인류가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AI가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기존에는 수개월에서 수십 년이 걸렸던 단백질 접기를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완성한다. 단백질은 어떻게 접히느냐에 따라 효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나 난치병 치료제를 만들려면 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AI 덕에 순식간에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신약이나 치료법 개발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게 됐다.
앤스로픽은 AI의 잠재력을 위험 관리와 안전한 통제 속에 올바르게 실현한다면 인류는 삶의 질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제 성장도 급속히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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