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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안되는 '年 3%대 성장'… 내수침체·양극화는 깊어진다

수출·투자 쌍끌이 속 확장재정 덕
3분기 누적 성장률 3.6% 달하지만
민간소비 감소 등 민생과는 '괴리'
고유가지원금 소진에 코스피 하락
고물가·고금리까지 겹쳐 '시름'

체감 안되는 '年 3%대 성장'… 내수침체·양극화는 깊어진다
한국 경제가 올해 연간 3%대 중·후반의 성장률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 정부의 확장재정 지출이 합작한 결과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과도한 반도체 의존과 더불어 서민 경제로 온기가 고루 퍼지지 못하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민간소비는 증시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전 국민 대상의 고유가피해지원금 효과 소멸로 4년여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4분기 누적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6%로, 4·4분기에 0%대 성장만 해도 연간 성장률이 3.6%를 넘어선다. 남은 기간에 1%대 초반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최대 4%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높은 성장률은 수출과 투자의 쌍끌이 효과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실제 성장기여도를 보면 민간과 정부의 기여가 역전됐다. 3·4분기 성장률(1.0%) 가운데 정부가 0.8%p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민간은 0.2%p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투자와 수출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4.1% 늘어나며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투자도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및 재정집행 확대로 전분기보다 1.9% 확대됐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 및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증가했고, 수입은 원유 및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이 늘어나면서 2.4%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수출과 수입이 각각 8.6%, 7.0% 늘었다.

반면 내수침체의 그늘은 깊었다. 민간소비는 승용차·가전제품 등 재화와 금융·음식 등 서비스가 모두 줄어 전기 대비 0.2% 감소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2년 4·4분기(-0.1%) 이후 3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특히 민간소비만 냉랭한 이유 중 하나는 6조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 '고유가피해지원금' 효과가 사라진 때문이다. 지난 7월 이후 코스피 폭락에 따른 거래대금 급감(2·4분기 일평균 56조원→3·4분기 35조원), 자동차업체 파업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특이 요인으로 조정을 받아 민간소비가 감소로 전환한 것"이라며 4·4분기에는 플러스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희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4·4분기에 반도체기업 현금배당이 예정돼 있고, 내년 1·4분기에는 기업들의 성과급이 풀린다"면서 "그 효과가 반영되는 4·4분기부터 기조적 소비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경제는 주요 기관들의 기존 전망치(3.2~3.3%)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깜짝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생과의 괴리가 커지고, 구조적 양극화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수도권 전월세 가격마저 급등, 서민가계는 더 쪼그라들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반도체 편중, 급속한 산업재편이 맞물려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청년과 중장년층 모두의 고용시장은 악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60조~7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수혜 가구'의 성과급 여파로 수요가 늘고 물가를 자극해 서민가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초과세수에 힘입어 내년에 821조원에 이르는 총지출(예산)을 편성해 민생·복지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금성 지출의 효과는 성장 견인효과가 낮고 일회성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보조금 등) 정부의 이전지출 항목은 재정 승수가 0.2 정도(로 낮다)"라며 선심성 재정지출 사업이 실질적인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성장률을 견인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