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fn이사람] "반도체 호황 경계를… 제조·서비스업 융합한 새 성장축 필요"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
한국 성장전략 여전히 제조 중심
중국 추격·공급 확대로 성장 한계
제조 뒷받침할 서비스 발전 필요
내수·고용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

[fn이사람] "반도체 호황 경계를… 제조·서비스업 융합한 새 성장축 필요"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 사진=박범준 기자

"현재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사진)은 27일 반도체 호황 이후를 준비할 성장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제조업의 기술력을 높이면서 금융·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강 학회장은 한국의 성장전략이 여전히 1970년대 형성된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화학공업화 이후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기술 고도화가 이뤄졌지만 정책적 지원은 주요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호황도 한국의 기술경쟁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학회장은 "이러한 대외환경의 변화가 가져오는 이익을 장기적인 경쟁력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수요와 투자주기, 기술 발전, 통상정책에 따라 업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세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연결하려면 특정 산업의 호조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법으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을 꼽았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과 공급능력 확대로 생산·투자 확대만으로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강 학회장은 "연구개발(R&D), 설계,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금융, 물류 등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와 고용으로 성장의 온기를 확산하는 데도 서비스산업이 중요하다고 봤다. 국민의 서비스 수요가 다양화·고급화된 만큼 국내 공급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 학회장은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준 높은 서비스를 국내에서 공급하면 해외로 향하는 소비 일부를 돌리고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학회장은 AI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과 경제 전체의 성장효과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산업에서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더라도 그 성과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한다면 산업 간 시너지와 경제 전반의 성장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할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과 금융환경 개선을 꼽았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고용안전망과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유연안전성'을 확보하고, 담보·대출 중심 자금공급을 보완할 모험자본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R&D 투자도 창업과 사업화, 시장 진출로 이어져야 생산성 향상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불합리한 규제·지원 차별 해소를 주문했다. 강 학회장은 "드론과 자율주행차처럼 제조와 소프트웨어·운송서비스가 결합하는 산업에 기존 정책 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성장 가능성을 살리기 어렵다"며 "불합리한 규제와 자의적인 정책 개입을 줄이고,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