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에 정책보증 쏠림
보증 여력 위축·中企 소외 우려
P-CBO 증가 따른 부실 누적
신보 대위변제 부담 함께 증가
기업 구조조정 지연 초래 비판도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수단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대기업 계열사의 자금조달 창구로도 활용되면서 지원 대상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두 곳이 하루에 900억원을 조달하고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발행에 참여했다.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에까지 정책보증이 제공되면서 정작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돌아갈 지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총 11개 기업이 270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다. 모두 2029년 10월 26일 만기가 도래하는 3년물로, 표면이율은 연 4.424~6.029%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500억원을 연 4.673%에, 코리아세븐은 400억원을 연 5.118%에 조달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두 곳의 발행액은 900억원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은 164억5000만원을 연 4.773%에, 코오롱글로벌은 200억원을 연 6.029%에 발행했다. 이 밖에 쏘카(340억원), 이수화학(320억원), 동방(200억원) 등도 참여했다.
P-CBO는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신보 등이 신용을 보강하는 구조다. 직접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동시에 회사채시장 경색 시 대기업의 차환을 돕는 시장안정 기능도 수행한다.
문제는 P-CBO를 통한 자금지원이 확대되는 가운데 부실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신보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P-CBO 편입 이후 부실이 발생한 사례는 총 66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차환 지원 이후 발생한 부실은 546건으로 전체의 82.6%를 차지했다. 연도별 부실 발생 건수는 2022년 16건에서 2023년 115건, 2024년 199건, 지난해 23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99건이 발생했다. 다만 전체 P-CBO 지원에서도 차환 비중이 높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신보의 대위변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신보 재정정보에 따르면 P-CBO 대위변제액은 2023년 346억원에서 2025년 10월 말 기준 1371억원으로 늘었다. 대위변제는 보증기관이 기업을 대신해 채무를 상환하는 것으로, 최종 손실 규모는 이후 채권 회수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업 P-CBO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2013년에도 불거졌다. 당시 금융당국은 회사채시장 정상화 대책을 통해 동부제철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의 회사채 차환을 지원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잇따라 부실화하면서 정책금융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신보의 손실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보, 기보 등 팔비틀어 대기업 지원하는 격"이라며 "결국 손실로 이어지면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과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확보한 대기업 계열사에까지 정책금융 지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작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돌아갈 보증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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