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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믿어요, 올려줄게요"...14층 외벽 매달린 남성 구한 '뜻밖의 구원자' [따뜻했슈]

아파트 14층서 외벽 작업자 안전띠 끊겨 추락 위기
맞은편서 이삿짐 나르던 몽골인, 비명 듣고 달려가 구조


"날 믿어요, 올려줄게요"...14층 외벽 매달린 남성 구한 '뜻밖의 구원자' [따뜻했슈]
난간에 매달린 남성을 구해준 몽골인 노동자.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4층 아파트 외벽에서 안전띠가 끊어져 허공에 매달린 작업자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달려가 맨손으로 목숨을 구한 몽골인 이주노동자의 사연이 1년 만에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1월 14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외벽 작업을 하던 남성 A씨는 안전띠가 끊어지면서 14층 높이에 위태롭게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에 처했다.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맞은편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나르던 몽골 출신 노동자 바트바야르 잔단바트(한국 체류 7년 차) 씨가 다급한 비명을 들었다. 외벽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치는 A씨를 목격한 잔단바트 씨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작업을 멈추고 곧장 현장으로 내달렸다. 119 신고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구조할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위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잔단바트 씨는 A씨가 매달려 있던 14층 세대로 달려가 거듭 문을 두드리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집 안에 있던 주민이 문을 열어주자 그는 즉시 베란다 난간으로 몸을 뻗어 A씨를 붙잡았다.

구조 과정은 촌각을 다툴 만큼 위태로웠다. 당시 A씨는 한쪽 손이 에어컨 실외기에 걸려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고, 극도의 공포로 몸을 지탱할 힘마저 빠진 상태였다. 높은 곳에서 성인 남성의 무게를 온전히 버텨내야 했던 탓에 자칫 손이 미끄러지면 그대로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잔단바트 씨는 겁에 질린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툰 한국어로 쉼 없이 말을 건넸다. 그는 "저를 믿어주세요. 내가 꼭 잡아서 올려줄게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온 힘을 다해 버텼고, 끝내 A씨를 베란다 안쪽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고 약 일주일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눈물의 감사를 나눴다. A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해준 잔단바트 씨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국경을 넘은 이들의 따뜻한 사연은 사고 발생 1년 가까이 지난 최근, 한 제보자가 당시의 긴박했던 구조 행동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언론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현재 근무 중인 이삿짐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잔단바트 씨는 동료 외국인 노동자들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며 평소에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일하는 이삿짐센터 대표는 "보통 사람이라면 119에 신고하고 지켜봤을 텐데, 작업 도중 사람이 매달린 것을 보자마자 주저 없이 달려갔다"며 "평소에도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솔선수범하는 친구"라고 전했다.


잔단바트 씨는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빨리 돕지 않으면 정말 떨어질 것 같아 달려갔다"며 "한국 사람이든 몽골 사람이든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본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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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