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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의 월드뷰] 여론에서 우세하다는 美 민주당... 중간선거 앞두고 웃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당 이미지 긍정적이지 못해, 기대감 과도 지적
민주당 내부 정체성 문제, 파벌로 갈라져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반감 커

[윤재준의 월드뷰] 여론에서 우세하다는 美 민주당... 중간선거 앞두고 웃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 10월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노우드의 해밀턴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유권자가 중간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용지를 작성하는 모습.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중 중간선거를 치르는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으로, 이라크 전쟁으로 고전하던 2006년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견될 정도다. 여기에 장기화되는 이란 전쟁에 대한 반발심과 이로 인한 기름값·물가 상승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더해졌다. 역대 중간선거의 징크스 역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 속에서도 민주당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미국 대중 사이에서 민주당의 여론과 브랜드 이미지 역시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도한 기대감이 오히려 정치적 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다. 기대하고 있는 민주당 돌풍인 '푸른 물결'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찻잔 속의 파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몰리 머피는 "기대감이 지나치게 과열된 점이 걱정된다"며 "사람들은 대형 파도가 일면 모든 것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선거구 재획정 등으로 인해 진정한 경선 지역이 줄어든 현대 선거에서는 과거와 같은 압승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反)트럼프' 연대의 균열… 뿌리 깊은 정체성 혼란
여론조사 집계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비등한 수준이며, 민주당 역시 여전히 높은 '순 비호감도'를 기록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다면, 그 주요 원인은 공화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반감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 당원들은 '트럼프 단죄'라는 명분 아래 강하게 결집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표면적인 단결 뒤편에서 심각한 파벌 싸움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루이 테세이라 선임연구원은 "현재 민주당의 정체성은 매우 모호하며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파벌로 갈라져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단순히 온건파와 진보파의 대립을 넘어, 기존 제도권 유지 진영과 근본적 시스템 개혁 진영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AOC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등 하원 내 골수 진보 파벌인 '더 스쿼드(The Squad)'를 배출한 주역인 진보 성향 단체 '저스티스 데모크랫'은 국방예산 감축을 통한 무상 의료·보육과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반면, 당 주류 측은 정부 주도형 의료 체계로의 전면 전환에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는 더욱 극심한 균열이 드러난다. 격전지로 아랍계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시간주의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비판해 온 후보가 승리했으나, 이는 당내 유대계 투표층의 반발을 사며 반유대주의 논란으로까지 확산했다.

■민주당, 낮은 호감도에 여론조사 조작 의혹
여론조사 우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표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려면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와야 하지만, 핵심 격전지들은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큰 표 차를 안겨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강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도 민주당의 불안 요소다. 보수 성향이 강한 주일수록 여론조사가 공화당의 실제 세형을 저평가해온 역사적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알래스카와 텍사스, 오하이오 등지에서 민주당이 거두고 있는 선전이 착시일 수 있다. 또 민주당이라는 정당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낮은 호감도도 걸림돌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 만족한다고 답한 유권자는 28%에 불과해, 공화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여론조사업체가 민주당 우세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조사 전반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고 실제 판세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단 2주 앞두고 보수 우세 지역인 미시시피주 상원의원 선거가 박빙 구도로 바뀌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주요 선거 판세 집계 사이트와 대형 언론까지 가짜 여론조사 결과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는 점에서 미국 정가에 거센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여론조사기관인 '웨지우드 폴링(Wedgewood Polling)'은 최근 공화당 강세 지역인 미시시피를 비롯해 텍사스, 미시간, 조지아, 메인, 오하이오, 캔자스 등 핵심 격전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거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가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웨지우드의 조작은 여론조사 집계 업체 '피프티플러스원(FiftyPlusOne)' 분석가들이 미시시피주 조사 결과의 재현 검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치상의 심각한 불일치를 발견했다. 유명 여론조사 분석가 네이트 실버가 이끄는 '실버 불렛'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 및 집계 기관들은 즉시 웨지우드의 데이터를 자사 예측 모델 및 집계 대상에서 삭제했다. NYT 측은 지난 6월부터 반영된 15개의 웨지우드 여론조사 결과를 전면 취소하며 "초기 검증 절차를 거쳤으나 응답자 추출 및 가중치 계산 방식에서 속임을 당했다"고 밝혔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소장은 "여론조사 업계가 이미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책임한 '실험'은 여론 조사의 신뢰도를 한층 더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막강한 자금력
민주당 전략가 하워드 울프슨은 "이번 파도가 작은 물결에 그친다면 원인은 두 가지일 것"이라며 "하나는 대규모 여론조사 오류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경선 구도를 충분히 경쟁력 있게 만들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공화당은 광고비 지출에서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으며, 외부 슈퍼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의 막대한 지원 자금이 격전지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의 자금력은 위협적이다. 미디어 추적 업체 애드임팩트(AdImpact)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번 선거 광고비 지출 규모에서 민주당을 약 6억5000만달러(약 8678억원) 앞서고 있다. 특히 격전지로 분류된 7개 상원 경선 구도에서만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3억2000만달러 이상을 더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 유권자 투표 독려를 위해 2억7600만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등 외부 자금 지원도 막강하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향후 의회 내 법안 처리나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부 분열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게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얻은 승리는 임시방편일 뿐, 민주당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비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정국 주도권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