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보안팀 상부에 즉시 보고…회의 나섰지만 자금탈취 못 막아
테더·서클에 긴급 동결 요청…SNS서 비난 쏟아지자 경영진 해킹 인정
[마플타운십=AP/뉴시스]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의 자산을 탈취당하는 동안 임원진은 속수무책으로 이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023년 2월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플타운십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로고가 표시돼 있는 모습. 2026.11.01.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의 자산을 탈취당하는 동안 임원진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이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미 동부 시간으로 지난 29일 오후 4시 20분(아랍에미리트 시간 오후 11시 20분)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바이낸스 보안팀은 이 시간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으로 인출된 사실을 인지했다.
보안팀은 거래소의 최고 경영진에 상황을 알렸고, 곧바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고위 경영진을 포함해 약 100명의 위기 대응팀 전원이 몇 분 만에 회의에 접속했다.
회의 소집에도 대응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임직원들은 바이낸스 계좌에서 자산이 실시간으로 유출되는 것을 공포에 질린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도난당한 자금의 초기 집계액은 10억 달러로 대규모 탈취 사건이었지만, 기록적인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금액은 계속 늘어갔다. 곧 30억 달러로 불어난 데 이어 오후 4시 40분에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상 거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 암호화폐 업계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자동 경보 시스템은 전 세계 주요 암호화폐 투자자와 고객사에 이상 거래 사실을 알렸다.
비영리 보안 단체 SEAL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디·서클 측에 연락했다. 테더와 서클은 즉각 의심 거래를 추적한 뒤 관련 지갑을 동결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바이낸스 내 사이버 수사팀은 암호화폐 추적 전문 사이트인 TRM 랩스 등과 협력해 탈취 자금이 들어있는 디지털 지갑 주소를 파악하고 자금 동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그사이 바이낸스에서 수십억 달러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32분께 엑스(X·옛 트위터)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바이낸스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바이낸스 경영진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의 연인이자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이 허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건을 확인한 뒤 수습 지휘에 돌입했다.
임신 7개월인 이 허는 업계 파트너들과 통화하며 대책을 세우느라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홍콩에 체류 중이던 리처드 텅 공동 CEO 역기 홍콩에서 밤을 새웠다.
이들이 탈취 자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동안, 해커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오후 5시 해커들은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6000만 상당을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Aave'에 예치했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약 2만 개를 빌리는 데 담보로 활용됐다.
자금 동결 기능이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경우처럼 중앙에서 직접 동결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바꿔 자금 추적과 동결을 피한 것이다.
Aave 등 플랫폼은 결국 대출을 중단했지만 TRM에 따르면 해커들은 이미 암호화폐 자산 24억 달러를 챙겨 도주했다.
오후 5시 15분 바이낸스 위기 대응에 대한 비난이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자 바이낸스 경영진은 결국 입장을 내고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암호화폐는 오랫동안 정교한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돼 왔고 올해는 그 빈도와 심각성이 더 심해졌다. 체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보고된 암호화폐 해킹 피해의 약 89%는 북한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들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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