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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죽으려 했다"더니 전주로 도주?…일본인 여성 살해범 '앞뒤 안 맞는 행적'

"함께 죽으려 했다"더니 전주로 도주?…일본인 여성 살해범 '앞뒤 안 맞는 행적'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A 씨가 심사를 포기하고 경찰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충남 천안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혼자 죽기 두려워 함께 죽으려 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이어가는 가운데, 피해자가 발견 당시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성범죄 목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1일 충남경찰청과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전날 구속된 A(30대)씨는 지난 28일 오후 4시 20분께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일본 국적의 B(20대)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무직 상태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A씨는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나 100㎞ 이상 떨어진 전북 전주의 한 숙박업소로 달아났다가 약 8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식 투자로 약 500만 원의 손해를 입어 미래가 보이지 않아 자결을 결심했다"며 "혼자 죽기 무서워 B씨를 살해하고 함께 가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A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아니었으며, 스토킹 신고 이력도 없었다. B씨는 지난 9월 한국에서 A씨를 처음 만난 뒤 이달 중순 단기 체류 자격으로 재입국해 사건 당일 세 번째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겨우 서너 차례 만난 외국인 여성을 극단적 선택의 동반자로 삼았다는 주장 자체가 상식 밖인 데다, '함께 죽으려 했다'면서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 타지로 도주한 행적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B씨가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상체에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성적 목적에 의한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사 초기 "성범죄와는 무관하다"던 관할 경찰서는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확인 요청이 잇따르자 "성범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해 범행 장소로 향한 점 역시 계획 살인 혐의를 짙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A씨의 통화 내역과 검색 기록 등을 분석하는 한편, 잠겨 있는 B씨의 휴대전화를 열어 두 사람의 최초 접촉 경로와 실제 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일본 현지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NHK, TBS,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유력 매체들이 자국민 피살 소식을 집중 타전하고 있으며,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 사람이 '언어교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났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앱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B씨 유족은 전날 경찰과의 면담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