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사로 퉁칠 생각 말라..투자은행 설립해야"
여야정 투자공사 두고 서로 다른 셈법..입법 논의 주목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권역별 메가투자공사 설립 제안에 금융위원회가 동남권투자공사 신설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권역별로 투자공사를 설립하기에는 출자금 등 재정 부담과 기존 정책금융 체계에 미칠 영향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부처별 메가성장전략 방안 보고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권역별 메가투자공사 설립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설립 범위와 추진 순서에서 당정의 시각차가 드러난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역기업이 지역에서 사업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 메가투자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한 바 있다.
금융위는 권역별 메가투자공사 설립이 재정 운용과 지역사회, 정책금융 체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사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공사를 여러 권역에 세우려면 재원 마련과 출자 주체 간 역할 분담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금융위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국정과제인 데다 이미 실무 단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뒤 같은 해 10월 지방시대위원회와 금융위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도 한 차례 논의됐으며, 지난 9월에는 지방시대위가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관련 법안도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6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김정호·박홍배 의원 등이 동남권투자공사 설립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공사의 소재지를 부산으로 정하고, 동남권 핵심 산업을 공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쟁점인 출자금 규모와 출자 주체도 법안에 명시돼 있다. 출자금은 법안에 따라 최소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정해져 있다. 출자 주체로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부산·울산·경남(PK)에 본사를 둔 은행, 중앙정부와 PK 광역지자체 등이 제시됐다. 권역별 투자공사로 확대할 경우 이 같은 재원 부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금융위의 신중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역시 여야 간 이견을 좁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투자공사보다 규모를 키운 투자은행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K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공사로 퉁치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투자은행을 설립해 무산된 산은 부산 이전의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권역별 투자공사 확대를 제안하고, 금융위는 동남권부터 추진하자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투자은행 설립을 요구하는 셈이다. 설립 범위와 조직 형태를 둘러싼 여야정의 셈법이 엇갈리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출자금 조달 방안과 함께 공사의 구체적 역할·규모를 놓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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